민주당이 조순형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하면서 원내 제2당의 야당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에서 정권의 반대편에 서는 유력 정파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이어 60석의 의석을 가진 제2야당의 입지와 역할이 결코 작다고 할 수가 없다. 전당대회를 통해 반성과 개혁을 다짐한 민주당이 4당체제 속에서 찾아야 할 새 좌표가 무엇일지도 분명하다고 하겠다.새 체제의 민주당은 김대중이란 절대적 카리스마가 사라진 호남기반 정당이 얼마나 독립적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가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비호남 출신의 조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됐다는 상징적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지역정당의 꼬리표를 떼고, 개혁과 쇄신이라는 시대조류에 제대로 적응할 때 민주당은 국민 속에 영속성을 갖는 정당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조 대표는 평소 바른 말을 잘하는 탓에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사리분별이 분명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평가에 걸맞게 당내 화합과 쇄신을 조화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낼 것인지 관심이다.
또 조 대표의 민주당이 정치권의 폐습과 구태의 탈을 벗고 새로운 정치행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집권경험을 가진 야당이다. 또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정권과 벌이는 경직적 경쟁과는 다른 방식의 정치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대립적 양대 정파 사이에서 정체성과 존재의 위기를 겪으며 표류할 수도 있지만 민주당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서 모색될 수 있다. 민주당은 그 동안의 격한 분열상으로 작금의 국정위기를 초래한 책임의 일단을 벗기 어렵다. 이제라도 대정부 견제세력으로서, 거대야당에 대한 균형자로서의 직분을 제대로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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