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주변에 앞으로 예상되는 개각과 관련해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진지하게 털어놓는다고 한다.무엇보다 부안사태, 이라크파병 등 민감한 현안에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고 있는 게 평소의 조심스러운 처신과 거리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총선까지 관리를 맡아야 한다면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리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는 게 고 총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 총리의 언행도 "할 말은 하고 가겠다"는 소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 총리는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라크 파병관련 발언을 뒤집었다. 의료 공병 등 '기능 중심 파병안'도 살아 있는 만큼 사흘 전 강연 내용을 정정해달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문제에 대해 "불교계에 공론조사를 설득할 방침이지만 해를 넘길 수는 없다"고 소신을 비쳤다. "공론조사 등의 절차를 개발 발전시키려고 한다"는 26일 노 대통령의 발언과 또다시 음표가 어긋났다.
25일 국무회의에서는 뭇 장관들이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를 전폭 지지한 가운데 "국회와의 갈등이나 국민적 오해의 가능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안 사태에 대해서는 총리가 장관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고 총리가 연내 주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하고(19일), 조례를 통한 주민투표를 검토하자(23일) 모두 행정자치부가 뒤집어버린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고 총리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부안 문제만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고 나가려 했다"면서 "그러나 도리어 혼란을 일으킨 꼴이 돼 몹시 뼈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 총리는 최근 사석에서 "국정을 쇄신한다면 내가 그만 두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명언했다. 곧 출입기자들과도 술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 총리가 무언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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