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왔다가 뇌종양으로 쓰러져 투병 중인 세네갈 국적의 불법체류자 살 압둘라이(34·사진)씨가 고국으로 돌아가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압둘라이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부모와 형이 일찍 세상을 떠나 3남4녀 집안의 기둥 역할을 맡은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이역 만리 떨어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네갈에서 그는 고학으로 영어를 습득할 정도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청년이었다.
한국에 와서 지난해 7월 경기 안산의 한 종이상자 제조공장에 취직한 압둘라이씨는 첫 월급 중 200달러를 고국의 가족에 송금할 때만 해도 장밋빛 꿈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취직한 지 채 두 달이 되지않아 뜻밖의 불행이 찾아왔다. 단칸 자취방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처음에는 단순한 빈혈 증세인줄만 알았으나 병원에서 정밀진단 결과 청천벽력과 같은 악성 뇌종양 판정이 나왔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안산 지역의 세네갈 근로자들과 주한 세네갈대사관측이 나서 국내 외국인 자원봉사단체 등에 도움을 청해, 압둘라이씨는 분당재생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다행히 이 병원에 평소 의료자원봉사활동을 해온 홍윤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어 알둘라이씨는 치료비 감면, 사회각계 지원 호소 등의 큰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모 재벌기업에서 병원치료비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생면부지의 시민 600여명이 모금에 동참해 3,000만원이 모아졌다. 일단 압둘라이씨가 고국에 돌아갈 항공료와 지금까지의 치료비는 해결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압둘라이씨의 병세는 뇌부종 방지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생명을 연장해 나갈 수 있는 위중한 상태다. 방지제를 중단하면 단 며칠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 더욱이 내달 3일 세네갈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파리를 경유해 18시간을 비행해야 하고, 도착직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를 돕는 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홍윤주 전문의는 "종양이 운동신경을 눌러 사지마비상태에서 사물도 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압둘라이씨는 공항까지 앰뷸런스로 옮겨진 뒤 들것에 실려 항공기에 탑승해 일반석(이코노미클래스) 7개 좌석에 누운 채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의사 1명과 자원봉사자 2명이 동행하고 산소통도 탑재된다.
압둘라이씨를 도와온 소금밭교회 정용진(58) 목사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세네갈에 입국하자마자 입원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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