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의료기기 전문벤처 메리디안은 올해 소폭의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내수는 신통치 못했지만 해외수출이 늘면서 매출이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동안 경영진을 뜬눈으로 지새게 만들었던 사업구조조정문제도 마무리 됐다. 이 회사 명현성(47) 사장은 "그런대로 살길이 보이지만, 회사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이후에야 숨통이 트일 것이란 예상이다. 대기업, 중소기업에 이어 우리 경제의 '제3 야전군'으로 자리잡은 벤처기업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최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벤처기업 5,79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 결과, 국내 벤처들은 내수 침체의 위기에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업계의 평균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증가했지만 수익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2002년도 평균 매출액은 68억원. 전년도에 비해 19.2% 증가한 수치다. 2001년도(21.7%)에 비해 다소 둔화됐지만 중소기업(10.2%)이나 대기업(7.2%)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전년도(4.0%)에 비해 소폭 상승한 4.1%를 기록해 여전히 5% 아래를 맴돌았다. 이런 와중에도 제조분야의 영업이익률은 5.3%를 기록한 반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IT)분야는 0.5%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벤처업계의 당기 순이익 평균도 지난해 1억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급락했다.
불황을 이기기 위한 첫번째 전략은 역시 수출이었다. 전체 벤처기업의 절반인 45.1%가 해외에 진출하고 있었다.
진출지역에서는 생산시설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29.3%)이 미국(22.5%)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18.0%), 동남아(14.1%) 등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업체와의 경쟁은 기술력에 대한 우리 벤처들의 자부심을 북돋았다.
조사기업의 50.8%가 '우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업체당 연구개발(R&D) 인력은 평균 9.1명. 평균 종업원수가 37.5명인 것에 비추면 인력의 4분의 1(24.2%) 가량이 R&D 인력인 셈이다.
한편 고질적인 자금난은 여전히 벤처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통적인 벤처의 자금줄인 코스닥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는데다 등록 요건도 점점 까다로워져 신규 진입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50.5%)의 업체가 '어렵다'고 응답했고, 27.5%가 '보통', 22.1%가 '좋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좋다 34.2%, 보통 46.2%) 보다 나빠진 것이다.
이들의 재무구조를 보면 자기자본 비율은 2001년도 45.8%에서 2002년도 42.3%로 낮아졌고 부채비율은 105.5%에서 128.2%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저금리 추세에도 불구하고 평균 금융비용은 지난해보다 800만원 늘어난 1억4,600만원으로 조사됐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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