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중국 여행 중 친 대만 간첩 혐의로 체포돼 10년 형을 선고받았다가 미국 압력으로 석방된 미국 영주권자 가오잔(高瞻·여·41·사진)이 26일 민감한 기술이 내장된 컴퓨터 칩 80개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미국 관리가 밝혔다.2002년 2월까지 아메리칸대 사회학과 연구원으로 재직한 가오는 이날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법원에서 해외반출 시 상무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컴퓨터칩 80개(150만 달러 상당)를 승인없이 중국으로 빼돌렸다며 불법수출 및 탈세 혐의를 인정했다.
법무부는 가오가 1998년 8월∼2001년 중국으로의 기술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서비스사를 운영했으며, 이 회사의 교역파트너는 군부를 포함한 중국 정부의 연구·개발 용역을 맡은 연구소들과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수출품목에는 디지털 비행통제 및 목표 식별기 등 무기 시스템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 군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러나 가오가 이 기술을 수입하려 한 중국측 관계자들의 신원확인 작업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오는 2001년 2월 남편인 쉐둥화(薛東華), 아들과 함께 중국 여행 중 간첩혐의로 억류된 후 2개월 뒤 정식 기소됐다가 그 해 7월 석방됐다. 가오는 처음 억류될 때 국가기밀 수집 혐의를 받았으나 기소 단계에서는 정보수집 혐의로 죄목이 다소 낮춰졌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간첩혐의로 중국에 체포된 전력이 있는 가오가 느닷없이 중국과 은밀한 거래를 하려 한 점에 대해 석연치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가오를 간첩혐의로 체포한 사실부터가 모종의 치밀한 계획 아래 의도적으로 이뤄진 각본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7월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로 비공식회담을 갖고 가오를 비롯, 중국에 억류된 재미 화교학자들의 처리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석방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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