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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개인회생제 늦춰선 안돼

입력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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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결혼하는 3쌍 중 1쌍 꼴로 이혼을 한다거나 하는 통계로 세상을 보게 되면, 처음에는 깜짝 놀라게 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무게 때문에 걱정에 빠지게 된다.이즈음 들려오는 '통계로 보는 한국사회' 이야기 중 가장 걱정되는 일 중 하나는 신용불량자 소식이다. 350만 명. 경제활동인구 6∼7명 중 1명이고, 20,30대가 절반이 넘고 그 증가율도 가장 커서 지난 1년 새 70% 늘었다고 한다.

상담을 위해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 중에도 어떻게 하다 보니 카드빚을 수천만원 지게 되었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도대체 카드 회사가 왜 그렇게 많은 빚을 내어 주었는지 궁금하게 된다.

신용불량과 청년실업 문제가 합쳐지면,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장에서 벗어나게 되어, 경제 위축을 가속화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의 큰 카드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각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한도를 급격히 줄이거나 없앤다고 하니, 그동안 '돌려 막기'에 사이클을 맞춰 왔던 가계도 잠재적 신용불량 대열에 추가될 것이다.

신용불량자들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모색들이 있었고, 실제 전국은행연합회가 임의로 실시하는 신용회복지원 제도가 시행되어 왔다. 그런데 이 제도는 법적 근거도 없이 채권자들이 주도하여 그들의 요건에 맞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임의적 방책에 불과하여 충분하지 않다.

국민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100만명의 채무자 빚을 무더기로 감면해 주겠다고 하였다가 '도덕적 해이' 비판에 밀려 계획을 축소하거나 철회하여 혼선을 빚은 일도 있었다. 이 역시 공공부문 채권자가 일방적인 기준으로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이어서, 금융질서를 혼란케 하고 당초 문제의 원인인 '관치 금융'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그동안 참여연대는 '개인회생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다. 법원이 채무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점검하여 채무조정과 변제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면 파산하지 않고 다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물론 법원이 빚을 탕감해 주면 불성실한 채무자만 혜택을 보게 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으나, 무조건 탕감이 아니다. 변제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들에게 가용소득의 대부분을 채무변제에 제공하게 하여 채무자들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회생'을 위한 고통을 감내하게 되고, 채권자들에게는 채무자가 파산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변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신용불량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하게 되기 때문에 보증을 섰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을 과소비·낭비자와 구별하고, 각자의 자산·소득에 대비하여 채무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어,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재판상 채무조정 제도이다.

법무부에서는 이미 국회에 제출한 통합도산법 안에 개인회생절차 제도를 포함시키고 있으나 정치적·기술적 쟁점 때문에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다. 당장 도산법 전체가 어렵다면, 일본처럼 개인채무자회생법이라도 따로 가야 한다. 다행히 지난 5일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개인채무자회생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니, 더 늦추지 말고 심의하고 통과하길 바란다. 신용 있는 사람보다 불량한 사람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길로 치달을 때, 그 엄청난 숫자에 화들짝 놀라봐야, 너무 늦으므로.

김 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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