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서 남자를 데려오면 일단 반대를 해줘. 그게 더 멋있잖아.” 임수정(민아)이 홀어머니 이미숙(미숙)에게 건네는 말이다. 영화 ‘…ing’의 민아는 되바라진 듯하지만 속 깊고 내성적인 아이다. 앙다문 조그만 입술과 서늘한 눈매로 보면 조숙한 고등학생 그대로지만, 실제 나이는 상대역인 김래원보다 한 살이 많은 스물 셋.학생 잡지의 표지모델과 CF 모델을 하다가 ‘학교4’와 ‘피아노 치는 대통령’으로 조금씩 도약을 하더니 ‘장화, 홍련’에서 예민하고 상처 받기 쉬운 사춘기의 장화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대박을 터뜨린 공포물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의 모습은 줄곧 어둡고 불안했다. 김지운 감독이 만든 음산한 분위기 탓이다. 신예 여성 감독 이언희가 만든 ‘…ing’에는 임수정의 새침한 소녀 같은 매력이 두드러진다.
심장병을 앓고 있고, 선천적 기형인 왼손에 늘 장갑을 끼고 다닌다. 막 꽃봉우리를 피울듯한 그녀의 매력은 이런 병약함으로 인해 더 배가된다. 당돌함과 수줍음, 음울함과 명랑함을 동시에 갖춘 그녀. ‘…ing’에서도 ‘장화, 홍련’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에게 태연히 반말을 하는데 그게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녀에겐 착한‘비행소녀’ 같은 아이러니의 매력이 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