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에 대한 27일 압수수색은 삼성 LG에 이어 현대자동차 그룹도 기업비자금 수사선상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5대 그룹 중 지금까지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은 기업은 롯데 뿐이다.불법 대선자금 수사 개시 이후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기업은 이들 3개 그룹 외에 금호그룹과 서해종합건설 등이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이날 현대캐피탈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서 실시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 비자금 조성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막연한 추측만을 가지고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조치에 들어갈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단서가 확보된 것으로 봐야 한다. 문 기획관은 "지금까지 압수 수색한 기업 중 쉽게 예상할 만한 기업이 있었느냐"며 완벽한 사전조사를 기초로 실행에 들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자금의 흐름이란 것이 기업자료만 없앤다고 해서 완전히 은폐되는 것이 아니다"며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그룹의 경우 현대캐피탈과 현대우주항공 두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측은 "자금 흐름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금융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 등 전 계열사와 자금거래를 트고 있다는 점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날 경우 다른 계열사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 그룹회장의 사위인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의 개입여부 및 소환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 받은 현대우주항공의 경우 미국 보잉사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이후 합의과정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대우주항공은 1999년 중형 항공기 B717-200 날개 독점공급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보잉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가액 7억5,000만달러(9,000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듬해 보잉사와의 합의를 이유로 갑자기 소를 취하했다. 합의내용은 현대가 당초 공급키로 한 날개 250개 물량 중 50개만 공급하는 선에서 거래를 끝낸다는 것. 당시 업계에서는 보잉사가 현대측에 거액의 이면 합의금을 제공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검찰은 현대우주항공이 2000년 연말 한국우주항공산업(KAI)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합의금이 정상 수입 처리되지 않고 비자금으로 별도 관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