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에서 일을 하거나 아예 눌러앉아 사는 일본 사람들을 보기 어렵지 않다.한국 사람들이 가장 자주 보는 얼굴은 '유민'이란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후에키 유코(笛木優子)일 것이다. '가장 전형적인 일본 미인'이란 평을 받으며 일본서 잘 나가던 그는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져 단신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말을 공부하며 한국 연예계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NHK 교육방송의 '한글 강좌'에서 한국어 전도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일본 올림픽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을 맡았던 마에조노 마사키요(前園眞聖)는 K리그 안양LG에서 뛰고 있다. 그의 일본 홈페이지에는 K리그와 한국 관광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어 일본의 마에조노 팬들은 거의 한국통이 다 됐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세종대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교수는 일본 정치가들이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할 때마다 한국 언론에 이를 반박하는 기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저 목소리만 높였던 한국 학자들 중에는 그가 찾아낸 냉정하고도 적확한 사료적 근거를 읽으면서 공부 부족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TV의 CF에 이름을 모르는 '꽃미남'이 나오면 그는 무명의 일본인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가에선 젊은 일본인 주방장들이 실력을 발휘해 온 지 오래다.
한국의 국제교육진흥원 통계를 보면 2001년 현재 한국 내 외국유학생은 일본이 3,56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중국 3,221명, 미국 1,297명 순이다.
요즘 일본에는 오랜 불황으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과 조기퇴직 풍조로 새로운 인생을 외국에서 찾아보려는 노·장년층이 많다. 정부의 해외봉사요원 모집에도 정년퇴직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뽑는 항목이 있다. 숙련 기술자를 중심으로 중국 대만 싱가폴 등의 기업에 일본인 전문인력을 보내주는 인재파견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배우, 운동선수, 교수, 모델, 요리사 말고도 아직 한국에는 일본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이 있을 것 같다. 특히 기업의 경우 그저 앉아서 대일 무역적자 타령만 할 일이 아니라 일본의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기술이전을 실현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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