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27일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법조계에서는 "'위헌 의견'을 밝힌 소수 의견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각하 결정의 이유는 한 마디로 "노 대통령의 발언은 헌재의 판단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헌법소원 사건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경우 제기할 수 있는데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헌재는 그 근거로 노 대통령 발언이 재신임 방법과 시기에 관한 구상을 밝힌 것으로 법적 절차 진행을 위한 정치적 사전 준비행위 또는 정치적 계획의 표명에 불과하며 언제든지 변경·폐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결국 헌재 전원재판부를 구성하는 9명의 재판관 가운데 5명이 재신임 투표의 위헌성 여부라는 본안 판단을 유보한 셈이다.
이 때문에 위헌 의견을 명백히 밝힌 재판관 4명의 논거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재신임 문제가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72조의 '중요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이들은 "'중요정책'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정책'을 뜻한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임기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헌법 70조나 궐위 사유를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헌법 68조 등에 비춰볼 때 재신임 문제는 중요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다수의 국가에서 집권자가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물음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가 허다했다"며 "헌법에서 국민투표의 대상을 '정책'에 한정한 것도 국민투표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해악을 끼친 '신임 투표'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며 재신임 투표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국민투표안 공고 이후 헌법소원 사건이 또 다시 제기된다면 위헌 결정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판단을 유보한 5명 중 2명만 '동참'해도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을 채울 수 있게 돼 현재로서는 '위헌파'가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5명이 본안 판단을 유보한 것 자체가 위헌 결정에 미온적이라는 의미"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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