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슬람 시아파가 미국에 주권 이양 수순의 수정을 요구, 미군정의 주권 이양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27일 보도했다. .시아파는 미국이 시아파의 집권을 막고 헌법에서 이슬람 색채를 탈색시킬 것을 우려, 총선 시기를 1년 가량 앞당길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과 대결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니파 세력들로부터 거센 무력저항을 받고 있는 미국에 시아파마저 등을 돌린다면 이라크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26일 시아파 최고 종교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최고 성직 호칭) 알리 시스타니는 대변인을 통해 "내년 6월까지 직접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며 "향후 구성될 이라크 정부는 명시적으로 이슬람 국가여야 한다"고 밝혔다.
시아파 최대 정치조직인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하킴도 "이라크의 운명은 이라크인이 결정해야 한다"며 시스타니를 거들었다.
시아파 지도자들은 인구조사가 안돼 선거 실시가 불가능하다는 미국측 주장에 대해 전쟁 전 이뤄진 유엔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됐던 주민 명부를 활용하면 된다는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결국 시아파는 15일 공식 발표된 내년 5월 미군정에 의한 과도의회 구성 내년 6월 과도정부 출범 2005년 3월 총선 2005년 말 헌법 제정 등의 미국측 주권 이양 수순을 인정치 않고 조기 선거로 조기 집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간 미 군정에 비교적 반발해오지 않았던 시아파가 미국과 정면대결의 자세를 취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의 입맛대로 구성될 친미 과도정부가 1년 이상 이라크를 통치하면서 친미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시아파 집권국인 이란을 염두에 두고 이라크 내 시아파를 견제해왔다. 헌법에서 이슬람 요소를 가급적 빼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시아파는 최근 미국이 주도한 아프간 헌법에서 이슬람 색채가 탈색되고, 미 군정이 15일 '이라크 내 모든 종교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밝힌 것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시아파는 이라크를 이슬람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하면서 별다른 묘책이 없는 미 군정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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