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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런 수능을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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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런 수능을 믿어야 하나

입력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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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복수정답 결정과정에도 의문점이 제기돼 더욱 시끄러워졌다. 복수정답 인정여부에 관한 회의 참석자 자격과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실하지 못한 출제 관리 때문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의 공정성도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 이제 누가 이 시험의 권위를 인정할 것인가.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복수정답 인정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검토를 의뢰한 전문학자 7명 가운데 이의 제기자의 대학동문이 들어 있었고, 그가 유일하게 ⑤번만이 정답이라는 의견서를 냈다는 사실은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더욱 놀랄 일은 복수정답 인정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수능자문위원회 회의에 이의 제기자가 참석해 자신의 주장을 담은 자료를 돌리고 복수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대목이다. 그의 딸이 수험생이고 그 결정의 수혜자라는 사실에 이르면, 그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원 측은 이의 제기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반론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어시험 문제에 불문과 교수가 참고인이 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딸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아버지를 그렇게 중요한 회의에 초청한 것이 아무 문제가 아니라니 교육 공직자들의 공공의식이 이런 수준인가.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7일 이번 수능시험 출제위원 선정과 검증체제가 미비했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출제위원의 58%가 특정대학 출신이고, 42%가 그 대학 사대 출신이라는 사실, 현직교사 출제위원의 70%가 참고서 집필경력 소유자라는 사실 등은 말썽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여주었다. 근본을 바꾸는 큰 수술 없이는 어떤 처방으로도 수능시험의 권위와 신뢰를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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