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원강사 경력자인 P초빙교수의 출제위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추천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출제위원으로 선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출제참여 교사의 70%가 참고서를 집필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하는 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윤덕홍 교육부총리는 27일 수능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제점을 상당부분 시인했다. 다만 시중 참고서와 유사한 지문이 출제됐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수능 출제과정에서 지문 및 문항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영역별 출제위원의 전원 합의과정이 필요하므로 특정 출제위원의 의도대로 문제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험생과 학부모 등은 "수많은 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복수정답 처리과정·출제위원 자격시비
언어영역 17번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평가원은 소수의 관련 분야 전문가와 평가원 소속 연구원에만 의존한 판단으로 논란을 증폭시켰다. 복수정답 논란이 확대되고 나서야 비로소 관련분야 학회에 공식질의를 하는 등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는 것. 평가원은 또 학원강사 경력자인 P초빙교수에 대해 처음부터 출제위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추천심사위도 거치지 않고 유자격자로 결정했다. 당초 평가원 수능본부장 L씨는 P교수에 대해 전임교수가 아니고 초빙교수여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한 기획위원의 강력한 이의제기에 따라 수용했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해당 기획위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했으나 P교수와 특별한 친분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P교수 문제와 관련, 인터넷상에 '언어영역 출제위원으로 철학전공 교수가 포함돼 철학 관련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유포된 데 대한 진상조사를 경찰에 의뢰했으며, 이에 따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수사에 착수했다.
출제참여교사 대부분이 참고서 집필자
올해 출제위원 중 수능 출제에 4회 이상 참여한 경우가 14명이며 이중 1명은 8회나 참가했다. 또 2년 연속 참여한 경우도 38명에 이르고 있다. 교사 출제위원 33명(평가원 직원 1명 포함)중 70%인 23명이 참고서를 집필한 전력이 있었다. 또 서울대 사범대 출신 출제위원이 65명으로 전체의 4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
이날 진상조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P교수의 출제위원 선정과 관련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평가원이 학원강사 경력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국내 최대 인터넷 입시사이트에서의 강의 경력을 몰랐다는 해명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복수정답 인정 문제 이외에 의혹이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분야 전문가 3인의 의견이 일치됐다는 이유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