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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백지영이 활짝 웃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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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백지영이 활짝 웃는 날

입력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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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TV의 가요 프로그램에 가수 백지영이 출연했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의 가요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자신의 신곡 '미소'를 불렀다.가수 입장에서 자신의 노래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으리라. 그런데 TV에서 '미소'를 부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정작 미소가 없었다.

그녀는 이동 카메라를 향해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았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니 많은 상념이 한꺼번에 교차했다.

백지영. 그녀의 이름 뒤에는 항상 '비디오'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비디오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고통일 것이다.

인기 정상을 달리던 그녀가 하루 아침에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비디오 때문이었다. 이후 그녀는 길고도 긴 밤무대 생활을 해야 했다. 다들 그녀는 죄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피해자라며 동정했지만 공중파 TV는 오랫동안 그녀의 출연을 거절해왔다.

물론 여성만 비디오 스캔들의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남자 가수 전진은 1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여자와 함께 있는 누드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실제로 몇 장은 공개되기까지 했다.

전진은 비난보다 동정을 받았고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백지영은 최정상의 인기와 여성으로서의 인격 자체를 잃고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감내하며 살고 있다.

남성과 여성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 성의식이 드러난다. 나는 그녀가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의식에 맞서 싸우는 여전사가 되기를 바란다. 비디오 스캔들이 터지면 피해자는 "나는 아니다"고 부인하고 가해자는 오히려 "내가 그랬다"며 뻔뻔히 나서는 세태를 바꾸기 바란다.

실제로 그녀는 그렇게 살고 있다. 얼마 전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제 뛰어넘은 것 같다"고 했다. '몰카 비디오'를 즐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피해자를 욕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 잣대와 사이버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그렇게도 바라던 공중파 TV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을 기대한다. 며칠 전 TV에서 이 무대가 마지막인듯 최선을 다해서 '노래만' 하지만 말고 마음속으로 우러 나오는 미소를 지어보이기를 바란다.

/je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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