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상회담을 가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만찬에 철판구이가 나왔다 ‘메뉴를 고기로 해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일식 중에서 가장 서양음식에 근접한 철판구이를 택한 것이다.추위가 매섭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요즘 뜨끈하게 데워진 철판 옆에 앉아 미일 정상들이 맛본 음식을 음미해보자. 갓 구워낸 고기나 해물, 야채의 온기를 혀끝으로 만이 아니고 눈으로, 피부로도 느낄 것만 같다.
‘데판야키’로도 불리는 철판구이는 정통 일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양 요리에 더 가깝다. 실제 일본에 있는 유명 철판구이 전문점에서는 양식 전공 조리사가 요리를 해 준다. 그래서인지 데판야키는 서양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요리이다. 특히 보통 일식과 달리 철판구이는 양도 많아 서양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해물과 고기와 야채의 만남
철판의 두께는 보통 3~5㎝으로 달궈지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대신 오븐이나 그릴 등 다른 조리 방법과 달리 철판이 굽는 속도는 초고속. 높은 온도에서 순간적으로 열이 가해져 음식이 속까지 푹 익어 버린다. 스테이크는 물론, 바닷가재 새우 등 해물과 야채를 한꺼번에 구워 먹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철판구이 전문식당에서는 대부분 코스로 음식이 제공된다. 보통 샐러드로 시작, 모듬생선회 등을 애피타이저로 먹는다. 그리고 굽기 시작. 일반적으로 생선이나 새우 등 해물을 첫번째로 굽는 경우가 많다. 기름기가 적은 옥돔이나 연어 등 계절에 맞는 어종이 잘 어울린다.
다음은 안심이나 등심 스테이크. 육류가 해물보다는 무거워 나중에 먹는다. 그리고는 모듬 야채로 넘어간다. 당근 양파 등을 구워 먹으면 입가심이 된다. 마지막 코스는 볶음밥. 철판위에서 볶은 즉서 볶음밥이 맛깔스럽다.
어울리는 식탁, 정겨운 모습
철판구이 테이블의 구조는 보통 ‘ㄷ’자. 안쪽에 조리사가 서서 요리를 해 주고 나머지 세면에는 보통 7~10명의 손님이 앉는다.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비싼 요리 축에 드는데도 철판구이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중의 하나는 이런 재미 때문이라고. 서울르네상스호텔 일식당 이로도리의 서재실(45) 조리과장은 “별실이나 조용한 공간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는 것 보다 서로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정겨워 보인다”고 말한다. 여러 그룹이 한 철판을 에워싸고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 비즈니스 손님들 중에도 철판구이 단골이 많다. 이로도리 심종섭 지배인은 “서로 마주 보고 앉는 것 보다 옆에 앉을 때 친밀감이 더해진다”며 “격조 있으면서도 오손도손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철판구이”라고 소개한다.
/박원식기자
■철판구이 맛있는 집들
철판구이를 먹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용한 분위기속에 도란도란하게 즐기는 것으로 국내 일식당의 철판구이 코너 대부분이 그렇다.
다른 하나는 조리사의 멋진 쇼와 함께 음식을 맛보는 것. 조리사가 음식을 조리하면서 각종 쇼를 보여준다. 철판에 기름을 끼얹고 불꽃이 일게 하는 ‘불쇼’는 기본. 길다란 후추통을 공중으로 던지거나 이리저리 돌려가며 양념을 하는 저글링, 후추통이나 집게를 철판에 두들기며 박자를 맞추는 리듬쇼, 새우를 던져 모자 위에 담기, 칼 돌리기 등을 보면 먹는 것 보다 더 신이 난다.
서울 논현동의 철판구이 전문점인 베니하나가 철판구이 쇼를 보여주는 대표 명소. 남태수 지배인은 “가족과 함께 찾은 어린이들은 물론, 쇼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쇼를 보며 너무 즐거워한다”고 말한다.
어떤 방식이든 철판구이의 장점은 조리사가 직접 조리하는 장면을 지켜 보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평소 조리에 대해 궁금했던 사항들을 조리사에게 물어 보며 호기심을 풀 수도 있다. 조리사는 고객 취향을 조리에 바로 바로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철판구이 테이블은 조리사로서 쉽지 않은 자리이다. 간장이나 양념 하나 뿌리는 것조차도 고객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평가받는다.
철판구이 전문점 베니하나 (02)545-6542
철판구이 전문점 15년의 역사. 테이블이 15개로 철판구이 전문점으로는 가장 많고 룸도 3개를 갖추고 있다. 점심은 2만~4만5,000원. 저녁은 4만5,000~6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전채와 수프 샐러드 야채 메로 새우 홍합 안심 등의 순서로 코스요리로 제공된다. 붉은 꽃을 뜻하는 이름대로 조리사가 입은 붉은 색 복장이 철판 위에 이는 불꽃과 잘 어울린다.
서울르네상스호텔 일식당 도리도리 (02)02-2222-8659
주말 공휴일 3만6,000~4만8,000원, 평일 4만2,000~5만6,000원(세금 봉사료 별도), 12월까지 주말 40%, 주중 30% 할인해 주는 가격이다. 육류 해산물, 조리장 특선 등 세가지 메뉴로 즐길 수 있다.
63빌딩 일식당 와꼬 (02)789-5751~3
점심스페셜 3만5,000원, 저녁 정식 5만~7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56층에 위치, 한강을 내려다 보는 전망이 뛰어나다. 조각마늘 기름을 요리에 사용,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고 담백한 맛을 이끌어낸다. 모두 20석.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 (02)317-7051
테이블 5개에 40석 규모. 비교적 고급스런 5가지 코스로 5만~15만원(세금 봉사료 별도)까지 다양하다. 스테이크에는 코냑을 부어 불을 붙여주는 쇼를 보여준다.
롯데호텔잠실 서호 (02)411-7771~2
호텔의 철판구이 전문점. 3개의 룸에 각각 철판 테이블이 놓여 있다. 철판 모양이 반달 혹은 원형인 것이 특색. 한 방에 10~15명 들어간다. 고기나 해산물 등을 따로 따로 시키면 2만~3만원. 세트메뉴는 4만5,000~7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롯데호텔 뷔페식당 라세느 (02)317-7171
조리사가 직접 조리해 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뷔페식당. 해산물이든 육류든 원하는 대로 골라 조리사에게 건네주면 즉석에서 철판구이 요리를 만들어 준다. 점심 4만원, 저녁 4만7,000원.(세금 봉사료 포함)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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