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사진) 대표가 단식 이틀째를 맞은 27일 농성장인 당사 7층 대표실에는 격려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비로소 당이 최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우스개 소리가 아니더라도 "최 대표가 다른 것은 몰라도 당권 강화라는 목표에서 만큼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성과란 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범주류 구축, 소장파 장악, 대통령의 카운트파트로서 입지 부상으로 요약된다.강재섭 김덕룡 의원이 단식 첫날인 26일 누구보다 먼저 농성장을 찾아온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앞장서 준 것도 강 의원이다. 덕분에 격론이 벌어질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의총은 10분만에 기립박수로 끝났다.
최 대표는 최근 강재섭 김덕룡 의원과 거의 매일 접촉하면서 정국대응 방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단식을 계기로 최 대표, 강·김 의원 등 3인이 손을 잡은 범주류가 출범했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 소장파에 대한 평정 작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을 제외하곤, 소장파 의원들은 더 이상 지도부의 노선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소장파의 일부는 아예 적극 동조하고 있고, 일부는 "비상 시국인 만큼 이견은 삼가라"는 경고에 입을 닫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 의원에게는 최 대표 측근 그룹의 공세가 집중된다. 홍준표 의원은 지도부 노선에 이의를 제기한 원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징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몰아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최 대표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노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립각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현 정국을 이끌고 갈 독립변수로 자신의 입지를 올려놓았고, 결과적으로 현 정국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끼어들 여지를 없앴다. 그래서 "단식중인 최 대표가 속은 좀 쓰라릴지 몰라도 기분은 좋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날 최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박관용 의장, 서청원 전 대표가 방문했고 이 전 총재는 전화를 걸어와 최 대표를 격려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