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가을 하늘 한번 바라볼 여유도 잊은 채 그저 시간에 쫓기어 하루하루를 지낸다.아침은 항상 잠과의 전쟁이다.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비비고 일어나 아침밥은 뜨는 둥 마는 둥 그대로 버스에 올라탄다. 1시간 가량의 출근길을 남의 눈 생각도 안하고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정거장을 지나치지 않고 내리면 겨우 지각은 면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공단 안에 있어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이면 공장의 매연이 더욱 심해져 코와 입을 가린 채 매연을 조금이라도 덜 마시기 위해 땅을 보고 걷는 것이 일상화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잠이 덜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안개가 가득한 거리를 보고 내리자마자 고개를 숙이면서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려던 순간,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서 있었다.
새벽에 내린 비로 도로에 심어 있는 은행나무의 잎이 회색 바닥을 노랗게 뒤덮고 있었다. '맞다, 가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11월이 끝나 가는데 여태 가을이 온 줄도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에 조금은 허망하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날 저녁 강의에서 교수님이 "여러분, 오늘 정말 행복하다 라고 느끼신 일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행복한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자 교수님은 "나는 오늘 정말 행복했습니다. 강의를 위해 걸어오는 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봤습니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아 그 색을 그대로 드러내며 쌓여있는 낙엽을 보고 작은 감동과 함께 행복함을 느꼈습니다"라고 했다.
나도 아침에 똑같은 것을 봤는데, 난 왜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
아니다. 난 분명히 행복감을 느꼈다. 그게 행복인줄 몰랐던 것 뿐이다. 공단의 매연 속에서 한참을 서있게 만들었고 항상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걷던 길을 웃으면서 갈 수 있었으니 그것이 행복이었다.
행복을 주는 파랑새를 찾아 오랜 기간 헤매지만 결국 파랑새는 내 집에 있었다는 동화 '파랑새'처럼 내가 아침에 본 낙엽이 행복하다 라고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행복인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회색 건물에 갇혀 시간에 쫓기면서 행복을 행복인 줄 모르고 산다.
주위를 한번 돌아보면 행복이 바로 옆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창 너머 하늘을 한번 바라보라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행복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오원임·대전 동구 성남 2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