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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인수 中·印 "큰 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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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인수 中·印 "큰 손" 부상

입력
200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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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동차 철강 등 굵직굵직한 한국기업을 인수하는 '큰 손'으로 성장했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타타그룹은 최근 AK캐피탈의 인수대금 미납으로 매각이 무산된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타그룹은 최근 대우상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주목을 받은 인도 최대기업으로 자동차, 화학, 철강 등 2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타타그룹 계열인 타타철강은 연산 400만톤 수준인 조강능력을 2010년까지 1,200만톤으로 키운다는 3단계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연산 300만톤 규모인 한보철강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타타철강 측은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중국·일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상용차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 중인 타타자동차는 인도시장의 2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인도 최대의 자동차 회사다. 타타차는 연간 2만대 규모의 대형트럭 생산능력을 갖춘 대우상용차 군산공장을 중국수출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예상 인수금액은 1,400억∼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대우차 관계자는 "대우의 세계경영이 한창이던 90년대 인도에 대우차 공장을 건설하며 극진한 환대를 받았는데, 인도자본이 대우법인을 인수한다고 하니 상전벽해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보통신(IT)분야의 국내진출도 활발해 타타 컨설턴시서비스, 세티암, 인포시스, 위프로 등 인도의 IT컨설팅 및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본국의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한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둥팡전자(東方電子·BOE테크놀러지 그룹)가 올해 초 하이닉스반도체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부문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것을 필두로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도 활발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란싱(藍星·블루스타)그룹으로 쌍용차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다. 란싱은 총자산 3조원에 연간매출 1조5,000억원 규모의 중국내 최대 화학공업 국영기업이다. 산하 4륜구동차 생산 회사인 중차그룹이 쌍용차와 기술제휴를 모색하다 아예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실상 란싱의 쌍용차 인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남은 문제는 란싱이 1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

란싱은 이미 현대모비스, 성우하이텍 등과 자동차부품 합작기업을 설립했고 하우리 등 국내 컴퓨터 보안관련 업체들과도 공동 투자사업을 하고 있다.

인도·중국 등 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의 한국기업 인수가 활발한 것은 국내 매각대상 기업의 경영진과 채권단이 인수자로 선진국 기업보다는 이들 국가를 선호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선진국 인수 희망업체들은 전제 조건으로 감원이나 경영진 교체를 제시하지만, 신흥공업국의 기업들은 경영 노하우를 전수 받기 위해 경영진 유지와 고용보장을 약속하기 때문에 노조 등과의 잡음을 피하려는 채권단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매각이 지연돼 온 워크아웃 기업의 인수자가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고용보장 등의 이유 만으로 투자나 경영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게 매각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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