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다고 해야 할까, 우습지도 않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중국이 추진하고 있다는 '동북 공정(東北 工程)'이라는 것 말이다. 지난 7월 이후 언론 보도와 중국측 홈페이지를 종합해 보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5년간 3조원을 들여 '까오쥐리'(고구려의 중국식 발음)가 중국사의 일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만주의 고구려 고분 벽화까지 중국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하려 한다니….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까오쥐리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 따라서 까오쥐리는 중국사의 한 부분이다." 이런 얘기다. "너희(남북한)는 원래 우리의 일부였다. 아니라면 너희가 우리가 아닌 너희였다는 근거를 대 보아라!"
이 문제가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과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은 국가가 특정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그것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서, 역사 서술을 주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지면에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대만)이 한, 송, 명나라의 후계자이듯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고구려의 후계자라는 증거를 새삼 들이댈 생각도, 겨를도 없다.
그보다는 이 프로젝트 관계자분들께 딱 두 가지 질문만 드리고자 한다.
(1) '원나라는 몽골의 한 지역정권이었다. 따라서 몽골사의 일부이다.'
닌 전머 샹?(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식으로 얘기하자면, 13∼14세기 중국은 몽골의 일부였다. 당시 제국의 이름은 '예케 유안 몽골 울루스'(몽골어로 '위대한 몽골의 나라')라고 했다. 제1공용어는 물론 몽골어였고, 페르시아어 중국어 투르크어 위구르어를 함께 썼다. 예케 유안 몽골 울루스는 유라시아 대륙의 한 구석 차이나에 웅크리고 앉아 땅덩어리가 작은 주변국들한테 조공 좀 받아냈다고 종주국인 양 으스대는 골목대장 같은 나라가 아니었다. 몽골 고원을 지나 우랄산맥을 거치고 코카서스를 넘어 이란과 바그다드까지 유라시아 전역을 조직적으로 통치한 세계제국이었다.
설마 몽골이 중국의 지방정권이었고 호메이니와 후세인의 나라까지 중국사의 일부임을 입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는 않으시겠지?
(2) '중국인은 근세에 300년 가까이 나라를 잃었다. 현대 중국의 전신인 청나라는 만주족의 나라였다.' 닌 전머 샹?
나라를 잃은 것이 아니라면 왜 명이 망하고 여진족(금나라)의 후예인 만주족이 국호를 후금에서 청으로 바꿨을 때 '청을 뒤집고 명을 되찾자(反淸復明)'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는가?' 땅 큰 것을 유달리 자부하는 중국은 잔혹한 정복전쟁을 일삼은 오랑캐 만주족에 감사해야 한다. 명나라의 영토는 청나라의 딱 절반이었다.
각설하고. 남북한이 통일된다고 해서 만주를 내놓으라고 할 사람은 없다. 거기 사는 중국 국적자들을 빼 갈 생각은 더더욱 없다. 혹여 장래 여러 소수민족이 동요할까 염려해서 심모원려를 발휘하려는 뜻이라면 방향을 아주 잘못 잡았다. 사람은 쥐만 잡으면 되지 않는다. 좀더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살고픈 나라로 가꾸는 것이 진짜 심모원려다. 티베트와 위구르가 아직도 골치 아픈 것은 피의 업보가 아닌가?
우리 자신도 부끄러운 줄 알자. 고등학교에서 제 역사를 홀대하고 세계사는 아예 안 배워도 되게 해 놓고는 영어요, 세계화요, 경쟁력이요 아무 생각 없이 떠들어 왔으니 이웃들이 이리 엉뚱한 소리를 해도 "이상하다, 그게 아닐 텐데"라는 말만 나오는 것 아닌가.
이 광 일 국제부 차장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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