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재즈는 흑인들의 거리음악으로 생겨났다. 그러던 것이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스윙이라는 이름의 대중음악으로 인기를 얻었고, 1940년대 이후 댄스홀의 반주음악이 아니라 감상용 음악을 지향하면서 오늘날 클래식처럼 독립된 예술장르로 발전해 왔다. 최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과 일본까지도 자국의 문화를 소개할 때 반드시 재즈를 덧붙이고 있을 만큼, 그것은 높은 문화수준을 과시하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한국 최초의 순수 재즈 모임인 '야누스'가 22, 23일 양일간 '탄생 25주년 기념 실버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연주자들의 생일파티라 할 이번 공연은 제목이 '실버 콘서트'인 데서 보듯 많게는 70, 대부분 환갑을 넘은, 그야말로 일생을 재즈 사랑에 바친 1세대가 한 자리에 모인 무대였다. 과거 그들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었던 클럽 '야누스'가 78년 겨울 서울 신촌에서 문을 연 지 벌써 25년이니 그 세월이 참으로 바람과 같다.
역시 올드팬들이 느끼는 재즈의 묘미란 좁고 어둡긴 해도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빚는 한바탕 흥취에 있었을까. 이 예술인들의 모임은 올해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지켜졌지만 안타까운 것은 굳이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재즈가 국제적 예능으로 성장한 오늘날,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이 땅의 재즈인들이 가질 수 있는 게 한바탕 자축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작은 공간에 모여든 사람들이 대체 무엇에 신명이 나서 건배를 외쳤는지, 이제라도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화적 시선이 아쉽다.
남 무 성 재즈 칼럼니스트
한국일보의 전통 있는 문화 칼럼 '천자춘추'를 매주 월∼금요일 연재합니다. 현장의 문화인 10명이 번갈아 들려주는 속 깊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의 명암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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