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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난무하는 자격증 정부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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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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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어 감에 따라 젊은이들은 몇 십 군데도 넘게 이력서를 내밀지만 웬만한 회사에 취직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기성세대들도 삼팔선이니 사오정이니 하여 회사에서 열성적으로 일할 나이에 자신의 다른 진로를 심각하게 탐색해야 한다. 이들이 어떤 기업에 소속되지 못할 경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개인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장사하기에도 위험 부담이 있고 자본금도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이런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연일 신문 지상에 온갖 자격증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격증의 이름을 보면 별 희한한 것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회가 다각화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직종이 생겨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여자가 아이를 나면 당연히 할머니들이 맡아 주던 산후 관리도 자격증이 따로 있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을 맺어 주는 일도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니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워낙 자격증이 난무하다 보니 자격증 없이는 어떤 일도 못할 것 같아 아무 자격증이나 따놓고 보자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수 백 가지가 넘는 자격증 중에 국가에서 공인해 준다든지 아니면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주관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과연 몇 개나 되느냐가 문제이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는 필요하다. 물론 자격증이란 것이 전문가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격증이라는 말 자체가 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그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함께 오랜 동안의 경험으로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광고대로 몇 개월간의 단편적 지식 습득만으로 따낸 자격증을 사회에서 인정해줄 리 없다. 물론 개중에는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등불과 같이 미래를 밝혀주는 자격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경제적 시간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몇 배로 안겨줄 수도 있다.

정부는 이렇게 우후죽순 격으로 퍼져 가는 자격증들에 대해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명확한 기준과 철저한 규제를 해주어야 하며 어둠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사람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얄팍한 상술에 의해 급조된 자격증이 아니라 성실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그 사람의 능력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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