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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생활이고 풍경이다/카이스 갤러리 "월 워크I"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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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생활이고 풍경이다/카이스 갤러리 "월 워크I"전

입력
200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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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벽'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인다. 카이스 갤러리가 27일부터 시작하는 '월 워크(Wall Works) I' 전은 벽화를 해석하는 현대미술의 첨단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전시 작가는 다니엘 뷔렝, 실비 플뢰리, 토마스 그룬펠트, 이미 크뇌벨, 조셉 코수스, 셰리 르빈과 백남준 7명.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포스트모더니즘, 비디오아트 등 현대미술의 각 사조가 벽이라는 공통 공간을 놓고 저마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뿜어낸다. 과거의 벽화가 신화와 종교, 역사를 다루는 장식적 작업이었다면 이들의 벽화는 주거생활이라는 실용적 욕구와 공간에 대한 미적 감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려 한다. 미술과 삶, 회화와 건축, 장식성과 기능성을 벽화에서 하나로 구현하려는 것이다.

다니엘 뷔렝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8.7㎝의 줄무늬 패턴을 일정한 간격으로 벽면에 배열한다. 조셉 코수스는 네온사인 10개와 라텍스 페인트로 시적 풍경을 연출한다. 실비 플뢰리는 샤넬 화장품의 색조를 그대로 옮겨 분 냄새처럼 달콤하고 화사한 핑크색 벽면을 연출한다. 백남준은 TV 화면조정시간에 방송되는 일곱 가지 색상의 줄무늬 패턴을 이용한 벽화와 비디오 모니터 네 개를 모서리에 설치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전시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처음부터 실제 공공 건물이나 주택의 벽면에 활용할 수 있게 제작한 것이다. 독일의 큐레이터 요르크 쉘만이 각국의 현대미술 대가들에게 제작을 의뢰, 작가들이 정한 공정에 따라 전문 기술자가 실제 공간에 맞게 변용해 작품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각 작품은 판화처럼 12∼15개의 에디션이 정해져서 팔린다. 쉘만은 이들의 작품으로 뮌헨과 뉴욕에서 전시를 열어 커다란 반향을 불렀고, 카이스 갤러리의 전시는 그 일부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백남준 작품의 경우 이미 에디션이 다 소진됐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다시 제작했다.

내년 1월17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우리 삶 속에 구체적으로 확장해 들어오는 미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카이스 갤러리는 계속해서 국내 작가 10명이 참가하는 2부 전시를 열 계획이다. (02)511―0668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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