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대책'의 영향으로 아파트 시세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데 비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여전히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주변 아파트 시세가 높아 분양가를 낮게 책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건설업체들이 주변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분양가는 당초 예정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시세 내려가도 분양가 끄떡 없어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11차 동시분양에서 선보일 아파트 단지 16곳 대부분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높다. 주변 아파트나 분양권 시세보다 싼 단지는 은평구 응암동의 대우건설과 양천구 목동의 덕현건설 등 2곳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고가 분양업체는 현대산업개발과 금강KCC, 이수건설, 로마종합건설 등이다. 이 중 구로구 개봉동 현대 아이파크의 24평형 분양가(2억2,350만원)는 인근 현대 훼미리 1차 25평형 가격보다 비싸다. 동작구 동작동 금강KCC의 24∼51평형 분양가도 바로 옆의 같은 브랜드 아파트보다 평형별로 5,000만∼1억원 정도 높게 책정됐다.
은평구 구산동의 이수건설과 양천구 신정동의 로마종건의 분양가 역시 전 평형에 걸쳐 주변 시세를 뛰어넘는다. 이밖에 LG건설, 두산건설, 동일토건, 우리건설, 한일건설, 예전건설, 신이종합건설 등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잡았다.
분양가 자율조정은 '공약(空約)'
그러나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이 달초 "11차 동시분양의 분양가를 자율 심의를 거쳐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주택협회도 11차 동시분양 참여 업체들이 분양가를 평당 940만원대(강남권 제외)로 자율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평균 평당분양가는 970만원을 넘어섰다.
현대산업개발과 LG건설 등은 주택협회와 별도로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분양가 자율 조정은 당초 지적대로 분양원가 공개 등 분양가 규제가 도입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급조한 '보여주기'식 공약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차 동시분양에 참가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조합의 가격 인상 요구가 거세 분양가를 여론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없었다"며 "분양가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업체들은 분양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고가 분양가에 따른 미분양 우려
분양일정이 잡힌 건설업체들은 고가(高價) 분양에 따른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아직 분양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업체들은 분양가 책정을 놓고 극심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최근 파주와 남양주 등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에서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주변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가 한몫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분양권 담보대출 인하, 초기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쉽게 청약시장에 나서기 힘든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높은 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젠 분양가가 분양 성패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분양업체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담보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높은 분양가는 소비자들의 자금부담을 키우게 돼 결국 미분양 압력만 커지게 될 것"이라며 "분양권 전매도 금지된 데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방침 등으로 앞으로 청약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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