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천하는 상품인데…"다음달 3일까지 증권사와 은행·투자신탁사 등 금융사들이 공동 판매하는 '코리아 주가연계펀드(KELF)'의 막판 가입 여부를 놓고 투자자들이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갖가지 '안전판'까지 만들어가며 개발한 상품이지만, 내년 증시 전망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기대 수익률 차이가 큰 탓에 일반 투자자들이 주저하고 있다.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 기관장들이 잇따라 가입하면서 자금 유치와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 '손실 악몽' 때문인 듯 은행·증권사 판매 창구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런 냉담한 분위기 탓인지 증권업협회 등 관련 기관들은 유치 실적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KELF에도 장점이 적지 않다. 증시 하락에 따른 손실률을 제한하는 반면 주가 상승 때 수익은 무제한이기 때문이다.
가입 시점 1년 후 종합주가지수가 780까지 떨어지면 수익률이 -9.4%로 손해를 보지만 증시가 1,200포인트를 넘어가면 수익률이 40%를 초과한다. 예기치 못한 악재로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손실률이 9.4% 이상 떨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기존 은행·증권사의 ELS 상품은 대부분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수익률이 고정되지만 이 상품은 지속적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누릴 수 있다.
국내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최근 내놓고 있는 2004년 증시전망을 종합해 보면 내년 상반기 중 900∼1,000선 돌파를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수출 모멘텀이 강한데다 바닥을 다지고 있는 내수 경기가 내년 2분기 이후에는 좋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카드 문제와 소비위축, 중국의 긴축정책 등 몇 가지 위험요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증시 분위기는 상승 트렌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약 내년 후반까지 증시 상승을 자신하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 올랐을 때 중도 환매해도 된다. KELF는 발행사와 협의를 통해 편입된 ELS의 중도 상환을 가능케 해 기존 ELS에 비해 중도 해지수수료가 크게 낮아졌다.
예를 들어 지수가 가입시점 대비 30% 오른 상황에서 중도 해지할 경우 기존 ELS 상품은 상당 수준(10% 이상)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했으나 이 상품은 중도해지수수료가 낮아 원금 이상의 수익으로 환매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KELF 가입이 부진한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그만큼 '원금 보장'에 익숙해져 있다는 방증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김정래 리서치팀장은 "투자자가 원금만 생각한다면 수영장에 와서 발만 담그고 수영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은행·증권사들이 자기 회사의 ELF를 팔기 위해 KELF 판매에 소홀한 측면이 있지만 KELF는 분명 손실을 두려워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 부담을 상당히 던 상태에서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위험을 피하고 간접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ELF는 주식을 90%까지 편입하는 성장형과 50%까지만 운용하는 안정형 등 두 종류로 판매된다. 기존 ELS 상품이 대부분 채권형이고, 혼합형도 주식 편입 비율이 30% 안팎에 불과한 점과 비교하면 주식을 편입 비율이 높은 편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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