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키 음악이 흐르는 80년대 초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손님의 옷을 보관하는 일을 하던 한 청년이 어느날 초라한 과거를 던져 버리고 세계적 팝스타의 모습으로 클럽 문을 나섰다.그의 이름은 조지 오도우드. 보이 조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청년은 얼굴에 화장을 하고 여장을 한 채 가냘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 때 그의 인기는 마돈나나 마이클 잭슨 못지않았다. 그러나 그런 인기도 어느날 마약 사건으로 모두 사라지고 보이 조지는 결국 비운의 팝스타로 전락한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3일, 그가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터부'(Taboo)를 들고 나타났다. 제작 과정에서 보이 조지는 직접 노랫말을 만들고 곡을 붙였고, 출연까지 한다고 해서 일찌감치 얘깃거리가 됐다. 중·장년층에게는 20년 전 향수를 불러 일으킬 만한 뮤지컬로 꼽히기도 했다.
영국에서 만들 때만 해도 반응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터부'는 배우, 코미디언, 쇼 사회자로 더 알려진 이 뮤지컬의 제작자 로지 오도넬이 장담한 것처럼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가 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이제는 얼마나 버틸 것이냐가 오히려 관심거리다.
이 뮤지컬은 보이 조지와 천재적 패션 디자이너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보우리의 이야기이다. 2시간 35분의 공연 동안 관객들은 80년대 초 런던의 나이트클럽 분위기와 음악, 마약, 에이즈, 죽음 등의 칙칙한 분위기와 만난다.
보이 조지는 자신의 역할을 다른 배우에게 넘기고 보우리 역으로 출연했는데 첫 공연이 끝난 뒤 비평가들의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보이 조지가 만든 노래 중 아름다운 곡들이 눈에 띄고 훌륭한 배우들을 캐스팅을 했지만 보이 조지의 목소리는 마치 개구리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고 스토리 전개가 엉성하며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고 우울해지는 이 뮤지컬을 왜 끝까지 관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이니 아무래도 앞으로 관객을 끌어 들이기는 무척 어려울 듯 싶다.
지금 단계에서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새 인생을 시작하는 보이 조지에게 '터부'는 또 한번의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웨이 공연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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