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은행들이 2003년 9월 중간결산에서 대폭 흑자를 내 정부가 2005년 3월 말을 목표로 설정한 부실채권 처리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재생 프로그램의 달성에 일단 청신호가 들어왔다.일각에서는 1990년 대 버블붕괴에 의한 부실채권 누적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던 일본 금융산업이 본격적인 회생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국유화된 리소나를 제외한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미쓰비시도쿄, UFJ, 스미토모신탁, 미쓰이트러스트 등 6대 은행그룹이 9월 중간결산에서 모두 흑자를 달성, 6대 그룹의 흑자총액이 9,400억엔으로 나타났다. 2004년 3월 결산기에도 리소나를 제외한 6대 그룹은 최종 흑자전환이 예상돼 2003년 3월 결산기 7대 그룹 총액 4조6,000억엔의 적자에서 빠른 경영회복세가 기대되고 있다.
부실채권 총액은 2002년 3월기 이후 2년 6개월 만에 20조엔 이상에서 18조엔 대로 떨어져 대출금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6.5%가 됐다. 자기자본 비율도 리소나와 미쓰이트러스트를 제외한 5대 그룹이 모두 10%를 넘어서 재무체질도 어느 정도 개선됐다.
흑자의 가장 큰 요인은 주가 상승이다. 2003년 3월 말 7,972엔이었던 닛케이(日經)평균주가가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9월 말 1만219엔까지 올랐다. 3월기 전체 3조엔 이상의 적자를 냈던 주식 관련 손실이 9월 중간결산에서는 2,000억엔의 흑자로 돌아섰다. 부실채권 처리에 따른 손실은 전체 1조9,900억엔으로 각 은행의 당초 예상범위를 초과하지 않았다. 신규 부실채권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금과 대출 등 은행의 본업에서 나오는 업무순익은 거의 늘지 않거나 약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자력 경영회복은 아직도 멀었다는 분석이 많다. 경기회복세가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디플레이션이 계속될 경우 신규 부실채권 발생으로 언제든지 다시 적자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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