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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풍류가 흐르는 "한강의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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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풍류가 흐르는 "한강의 정자"

입력
200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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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한강과 주변경치는 둔치의 공원에서 보는 것과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요즘엔 한강 조망을 노린 아파트들에 그 자리를 내줬지만, 선조들은 강 주변 언덕이나 산에 정자를 짓고 자연과 어울려 강의 풍류를 즐겼다. 정자가 지어진 곳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기 마련. 정자에 올라 선조들의 풍취를 느끼거나, 비석의 한 줄 글귀로 남은 역사를 들춰보는 것도 좋은 한강즐기기의 하나다. 현재 표석 등 흔적이나마 남아 있는 한강의 정자는 10여 곳이고 이중 5곳에 옛 건물이 남아 있거나 복원됐다.강서구 가양동 궁산의 등산로 200m를 걸어 올라가면 해발 75.8m인 야산 위에 소악루(小岳樓)가 세워져 있다. 시원스런 한강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건너 난지 한강시민공원과 강변북로, 대덕산과 멀리 인왕산이 한 눈에 보인다.

영조때 동복현감이었던 이유가 지었으며, 양천현감을 지낸 겸재 정선은 이곳의 풍광을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에 남겼다.

강 건너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망원정(望遠亭·서울시 기념물 제9호)에 올라도 한강을 볼 수 있다. 합정동사무소 뒷편 주택가에 있는 이 곳은 소악루에 비해 내려다 보는 맛은 없지만 왼편으로 양화대교와 오른편으로 성산대교가 눈에 들어오고 강건너 선유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이 정자는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의 별장으로 희우정(喜雨亭)이라 불렸으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이 고쳐짓고 멀리 산과 강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망원정이라고 불렀다. 1925년 을축대홍수 때 없어졌다 89년에 복원됐다.

한강대교를 건너 남단에 다다르면 왼쪽 동작구 본동사무소 뒷편으로 옛건물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용양봉저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6호)을 볼 수 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으로 행차할 때 강을 건너 잠시 어가를 멈췄던 곳이다.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머물렀다던 낙천정(樂天亭·서울시 기념물 제12호)은 잠실대교 북단에 있는 광진구 자양동 현대아파트단지 내에 복원돼 있다. 강변북로의 반투명 방음벽과 높은 고가도로 구조물에 가려 한강은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다. 91년 정면3칸, 측면2칸, 주심포 팔작지붕의 정자가 복원됐다.

동작구 흑석동 숭실대 근처에는 세종때 지어진 효사정(孝思亭)이 복원돼 있지만 주변에 집들이 들어서 한강은 보이지 않는다.

친숙한 이름의 압구정(狎鷗亭)은 강남구 압구정동 동호대교 옆 현대아파트 단지 뒷편에 표석으로 남아 있다. 세조때 권신인 한명회의 별장으로 지었던 것으로 19세기말 갑신정변때 헐렸고 70년대 영동개발에 따라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네이름이 됐다.

한남대교 북단에서 서쪽에 위치한 한남동 언덕엔 한양 최고 경치 10곳 중 하나로 꼽혔던 제천정(濟川亭)이 있었고, 다시 한남대교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성종때 지어져 내려오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사라진 천일정(天一亭) 자리가 있다.

세종때 말들이 뛰노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지었다는 화양정(華陽亭)이 광진구 화양동에 있었으나 1911년 낙뢰로 무너져 지금은 표석으로 남아있고, 용산구 원효로4가엔 임진왜란때 왜군과 명나라가 화전교섭을 벌였던 심원정(心遠亭)의 터가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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