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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나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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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나는 달린다

입력
200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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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는 달린다'(수·목 밤 9시55분)를 연출한 박성수 PD의 작품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남자 주인공들 '얼굴'이다. '햇빛속으로'의 차태현, '맛있는 청혼'의 정준, 그리고 '네 멋대로 해라'의 양동근까지 그 당시 톱스타나 전형적인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의 얼굴은 가공된 세트 속보다는 건조한 현실이 어울리는 거친 선과 살아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나는 달린다'의 김강우(무철)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얼굴은 미니시리즈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다. 흔히 말하는 강렬한 눈빛도 없다. 가끔씩 사람 좋게, 어찌 보면 너무 순박하다 싶게 웃는 얼굴이 그나마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그러나 박 PD는 이 얼굴로 동화 같은 로맨스 대신 '우리 시대의 청춘'을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꼭 맞는 역할을 선사했다. 박 PD는 이 평범한 얼굴에서 한 노동자의 얼굴을 끌어낸 다음, 사실 그가 얼마나 '특별한' 자신만의 삶과 꿈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무철은 용접공이지만, 웬만한 대학생들보다 훨씬 많이 책을 읽고, 별다른 의욕없이 영화감독이 될 거라는 꿈만 꾸는 희천(김정현)보다 영화에 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며, 늘 열심히 살고자 노력한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용접공'이 '책 읽는 용접공'이 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던 무철의 얼굴에서 서서히 삶의 빛과 그늘이 묻어나오고, 사람 좋게만 보였던 그의 미소에서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달리는 강인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를 찍겠다면서도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희천에게 "나같은 10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나 가져본 적 있어"라고 쏘아붙이는 당돌한 가출소녀 영지(김은주)의 말은 박 PD가 사람을 보는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부딪히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각자의 삶을 보여주는 것은 박 PD가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다뤄온 것이다.

박 PD는 한국 드라마 PD 중 드물게 각본과는 별개로 영상의 이미지로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철의 얼굴에는 낭만 없는 현실의 건조함과 그 현실을 뚫고자 하는 젊음의 희망이 함께 담겨있다. 여느 드라마처럼 강한 갈등관계나 빠른 전개는 없지만, '나는 달린다'에는 그걸 잊게 만드는 박 PD만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사람의 얼굴에서 날것 같은 청춘의 생생함이 느껴지는 드라마를 보는 것, 그건 정말 가슴 뛰는 일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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