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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메신저 토크 / 완전한 사랑·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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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메신저 토크 / 완전한 사랑·로즈마리

입력
2003.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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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있다. 모두 딸, 아들 하나씩 두고 알콩달콩 살다가 느닷없이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다. SBS '완전한 사랑'의 영애(김희애)와 KBS2 '로즈마리'의 정연(유호정). 스타 작가 김수현, 송지나씨가 나란히 내놓은 두 여자의 애절한 삶이 늦가을 여심을 울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수없이 우려 먹은 소재인데도 왜 많은 여성은 영애 혹은 정연이 되어 울고 웃고 분노하고 뭉클해 하는 걸까. 평범한 여성이 만든 드라마 비평 사이트 '드라마아이'(www.drama-i.com) 회원들과 메신저로 얘기를 나눠 보았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한밤 수다에는 '드라마아이' 운영진 겨울수박(30·주부)과 블루(26·주부), '완전한 사랑(완사)' 열성 팬인 아리 엄마(27·회사원)와 유리용(26·회사원), '로즈마리'에 마음을 뺏겼다는 바람불어도(36·초등학교 교사), 명품(23·대학생)님 등 6명이 참여했다.맘 놓고 울 기회가 필요해

기자 왜 하필 죽어가는 여자인가?

아리 감정이 가장 풍부한 가을이라서.

바람 속상한 일 많은 세상이잖아. 맘 놓고 울 기회가 필요해. 확 울고 나면 카타르시스 같은 거 느끼지 않아?

블루 하지만 꼭 누군가 죽어야만 가족의 소중함이 일깨워지는 건지….

기자 주부들이 한 번쯤은 나 죽으면 우리 가족은 어쩌나, 그런 상상한다는데, 여러분은?

아리 임신 8개월 때 그랬지. 애 낳다가 죽으면 어쩌나….^^;; 그래서 생명보험 들었어요.

바람 하하하 나도. 그거 드니 마음이 좀 편했어. ???

아리 돈 걱정 때문에 마누라 죽었는데 슬퍼할 겨를이 없다면 너무 야속하잖아.

유리용 처음 완사나 로즈마리 줄거리 보고 정말 짜증 났어. 왜 툭하면 죽음인지.

바람 두 드라마는 좀 다르지 않나. 삶에 치여 잊고 있던 소중한 것湧?죽음 앞에서 비로소 돌아보게 한달까..

아리 그래서 두 작가를 좋아하죠.

유리용 진짜 작가들이니까.

독하지만 가슴에 팍 꽂힌다

기자 완사의 매력은?

아리 심리묘사. 댁댁 거리다가 잠깐 조용해지면서 나오는 가슴 속 이야기.

유리용 리얼리티. 시우네 새 차 생겼을 때 아들 준서가 "아싸, 우리집 차 세 대다" 하잖아요. 진짜 아이한테 물어봐서 쓴 것 같아.

명품 근데 대사가 좀 독해. 500년 재수는 '청춘의 덫'에도 나와요.

바람 그래서 더 가슴에 팍팍 꽂히지.

수박 김 작가 전작들에 비해 완사는 덜 독한데.

아리 김희애의 부드러움 덕분 아닐까.

바람 도대체 시청자가 느끼고 생각할 틈을 안 줘.

아리 난 이 생각으로 썼어, 그러니 니들도 이렇게 생각해! ?? 너무 심한가?

유리용 그래도 요즘 드라마 중 가장 몰입이 잘 돼요.

나를 대입해볼 수 있는 여유

기자 그럼 로즈마리의 매력은?

바람 볼수록 매력 있죠. 완사처럼 콱콱 와 닿진 않지만 정연과 경수(배두나),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감동적.

명품 생각할 여유를 주죠. 내가 정연이라면, 경수라면 하고 대입해 볼 수 있고.

바람 등장인물 모두 상처가 깊고 부족한 사람들이지. 완사는 할 말 다 해줘서 시원한데, 로즈마리는 다들 주저주저 머뭇머뭇…. 하지만 사람은 다들 상처와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지 않나.

아리 근데 캐릭터나 상황들이 좀 비현실적이야.

바람 정연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식구밖에 모르고, 집 예쁘게 꾸미고 애들 챙기는 게 다인 그런 여자야. 불행에 절대 틈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사는.

아리 요즘 그런 여자 별로 없지 않나?

바람 아니, 강남 신도시 중산층 여자들의 전형. 그런 학부형 수없이 봤지.

유리용 요즘 주부들 자기발전에 투자 많이 하는데….

갖고 싶은 남자, 곁에 있는 남자

명품 정연을 그렇게 만든 건 영도(김승우)죠. 보호만 바라고 현실 도피하고….

바람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남자 같아. 단지 받으면서 행복하고. 딱 우리 신랑.

아리 우리 남편은 완사의 시우(차인표)쪽. 완사 보면서 아프지 마, 아픈 거 싫어, 그래요. 일보다 가족 챙길 때 가끔 확 때려주고 싶어. 저러다 짤리면 우짜노… 넘 했나?

블루 울 남편은 내가 완사 보며 울어도 그냥 멀뚱멀뚱 봐요. 감정이 다른 건지…---;;

바람 우리 남편은 아프다고 하면 운동화 사다줘. 운동하라구. 시우가 갖고 싶은 남자라면, 영도는 갖고 있는 남자랄까? ??

유리용 시우는 모든 아줌마들의 이상형 아닐까. 잘 생기고 착하고 어리고.

명품 하지만 남편들이 시우 같기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좀….

내가 만약 영애, 정연이라면

기자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는 영애, 좀 화나지 않나? 남편에게 숨긴 것도.

아리 어차피 못 고치는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죠. 내가 영애라도 그랬을 걸. 남은 시간 아껴 가족과 함께 하려고….

유리용 난 영애처럼 똑소리 나지 않아서… 남편에게 다 말하고 응석 부릴 것.

아리 난 말 못할 것 같아, 말하면 내가 더 힘들어 질걸. -.-

명품 난 얘기할 것 같은데. 유리용님 우리가 결혼 안해서 그런가 봐.

블루 난 결혼했지만 바로 이야기 한다. 아직 한 달차라서 그런가;;

바람 말해야지. 나 죽고 난 다음에 남편이 잘 못 해줬다구 꺼이꺼이하면 어떡해.

기자 영도와 경수가 맺어지는 건 어떤가?

명품 영도가 정연 대신 경수에게 기댄다기보다는, 영도가 정연이가 돼 (정연이 그랬듯이) 경수를 지켜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걸 느끼는 게 아닐까.

유리용 자기 마누라 지켜야지, 왜 다른 여자를 지켜! 죽어가면서 남편에게 여자를 붙여주려 하다니….

아리 난 우리 신랑한테 그랬지. 나 죽음 딱 1년만 혼자 살아. 그리고 다시 사랑해. 예쁘게… 근데 나 잊으면 죽어!

바람 나도 유언했어. 나 죽으면 착한 여자 만나 행복하라고. 근데 나한테처럼 하면 우리 새끼 구박 받는다, 여자한테 잘 해, 라고.

수박 나도 마땅한 사람 있음 맺어주고 싶어. 아이를 생각해서도.

명품 경수처럼 아이들이 따르고 남편도 호감 갖는다면 질투는 접고 맺어줘야 할 듯.

바람 말하고 보니 난 닳고 닳은 부부 같네. 로즈마리나 완사나 딱 내 또래 얘기여서 그런가.

/정리=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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