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의 올림픽 대장정. 그러나 전쟁의 포연과 냉전의 장벽, 그리고 인종간 차별. 여기에 지나친 상업성까지 얼룩졌던 기나긴 여정 끝에 올림픽의 고향 아테네가 기다리고 있다."신화와 전설이 어려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가장 인간적인 올림픽을 만들겠다."
세계 평화와 인류애의 증진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채 제1회(1896년)에 이어 108년 만에 '본향'으로 돌아오는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신들의 나라' 아테네는 지금 먼지로 뒤덮이고 있다. 8개월 여 앞둔 올림픽(2004년 8월 13일∼29일) 개막을 위해 경기장을 비롯해 지하철과 도로 건설 등으로 도시 전체가 '공사중'인 탓이다.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ATHOC)의 피레 코스미다스(31) 해외홍보담당관은 24일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아테네올림픽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성에서 탈피해 신화를 재현하고 인간 중심의 올림픽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올림픽 발상지로서 국민들 모두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있어 성공적 개최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휴먼스케일의 유니크한 대회
조직위는 휴먼스케일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 경기장 건설 등 외형상의 성대한 올림픽은 포기하고 올림픽 발상지로서의 이점을 살려 인간중심의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 최근 들어 상업화하고 비대화한 올림픽을 지양하고 인간중심의 원래의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대회를 치르겠다는 의미다.
마라톤코스를 2,500여년 전 페르시아전쟁이 벌어졌던 마라토나스에서 출발해 1회 대회 때의 주경기장이었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도착하는 코스로 잡은 것도 이 같은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올림푸스산에서 채화되는 올림픽 성화는 최초로 서울을 포함한 역대 개최지를 포함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를 비롯한 5대륙을 모두 통과하면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경기장 등 인프라 준비 박차
최근에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합격판정을 받을 정도로 지지부진했던 인프라 준비도 가속이 붙고 있다. 35개 경기장 중 40%는 신설, 60%는 개보수해 사용할 예정이다. 또 교통난 완화를 위해 도시철도와 경전철을 건설하고 도로망을 확충하고 있다. 안전한 대회 개최는 그리스정부와 올림픽조직위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 6억5,000만 유로(약 9,200억원)를 들여 경찰 등 4만1,000명에 대한 특별 안전·경비훈련을 실시했으며 참가국들과도 연계, 안전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통난 때문에 휴가철인 8월에 올림픽을 치를 수밖에 없는 아테네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조직위는 "모든 것이 개막전(by Games―time)까지 완벽한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메인스타디움을 비롯한 경기장 신개축 작업이 대회 전까지 완전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곳 사람들은 도로확충과 경전철 건설도 대회 시작 전에 완료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숙박료와 교통난 등은 아테네올림픽의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테네=여동은기자 dey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