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간석동 인천예술고등학교 본관 3층 음악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운동장으로 피아노 반주에 맞춰 귀에 익은 대중가요와 가곡들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수업은 학교측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평생교육프로그램중의 하나인 합창교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들은 30∼40대 주부들이고,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들도 간혹 눈에 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주경숙(70) 할머니는 "매주 월요일 학교가는 날이면 여고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가슴이 설레인다"며 환하게 웃었다.인천시내 일선 초·중·고교에서 학교시설을 개방, 무료 문화교양 강좌를 잇따라 열고 있어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이 시범학교로 지정한 3개교(부평북초, 신현중, 인천예술고)는 프로그램이 웬만한 문화센터 못지 않게 다양한데다, 강의내용도 실속있고 짜임새 있어 관심을 끈다. 이밖에 숭의초교, 갑룡초교, 부일중, 만수북중, 인천디자인고 등 5개 학교는 노인교실을 운영중이다.
학교가 '열린 배움터'로 주민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학교는 배움을 원하는 사람에게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며 평생교육의 실시를 적극 권장하는 인천시교육청의 구애(?)에 각 학교들이 동참하면서부터.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 문화환경이 열악한 것도 평생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3∼6개월 과정으로 열리는 강좌는 다양하고 내실있는 프로그램으로 일반 학원에 비해 손색이 없다. 컴퓨터, 노래부르기, 미술, 도자기, 재즈댄즈 등 학교별로 10∼12개의 장·단기 문화교양강좌가 열리고 있다. 컴퓨터, 피부관리 등 일부 강좌는 수준 높은 교육이 펼쳐진다. 실제로 지난 8월 신현여중에서 컴퓨터강좌를 수강한 10명의 주부 중 6명이 워드프로세스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이 때문에 3월이나 9월의 수강 신청 기간에는 학부모와 주부 등이 대거 몰려들어 학교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9월 11개 강좌에 각 과목당 20명 정도의 수강생을 모집한 신현여중의 경우 300여명이 몰려들었으며, 음악, 미술, 무용 등 7개 강좌가 마련된 인천예술고등학교는 20명 정원의 서양화와 합창에 각각 40명과 50명이 신청, 두개 반이 편성되기도 했다.
인천예술고에서 한국화를 가르치고 있는 이창구(42) 교사는 "30대 미시부터 6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강의시간 30분전에 나오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강좌를 맡은 강사들은 대부분 학교 선생님들. 교사들이 자신들의 주특기를 가진 분야의 강사로 나선다. 덕분에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 기분을 맘껏 느낄 수가 있다.
교사 외에 명예교사, 외부강사 등이 간혹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교사들은 무보수로 봉사하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신현여중에서 컴퓨터 강좌를 맡고 있는 이귀원(42) 교사는 "학부모들이 컴퓨터를 배운 후 아이들과 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말을 할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인천예술고에서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는 주부 김영자(38)씨는 "학교에서 무료로 춤을 배우고 자녀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과 대화도 할 수 있어 자녀지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문성을 갖춘 평생교육사도 학교에 배치돼 있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의 운영과 관리 등 문화센터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
수강에는 인원 나이 등 아무런 제한도 없다.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주민이면 동네에 상관없이, 20대든지 60대든지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언제든 수시로 강좌를 신청할 수 있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강의 시간을 늘리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교양강좌나 학습지도과목 등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