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문장에 나온 접속어 '그러나'의 앞쪽에는 문학의 위대성에 대한 믿음으로 기꺼이 영혼이 바쳐졌던 시대에 대한 묘사가 있다. 그러나 '영상매체가 지배하고 모든 예술과 문화가 돈으로 평가받게 된' 대중문화의 시대에 문학은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가. 문학평론가 오생근(57·서울대) 이남호(47·고려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평론에서 공통적으로 우리 시대 문학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짚었다.이씨는 월간 '현대문학' 12월호에 발표한 '문학의 내파와 디지털문화'에서 자존심이 상처받고 내파 현상이 진행되는 문학의 참담한 현실을 진술했다. 특히 그는 최근 발표된 주요 작가들의 단편소설들을 통해 문학 안으로부터의 위기를 점검했다는 데서 주목된다. 윤대녕씨의 단편 '찔레꽃 기념관'에서 영화 기획자는 "기초생계비 챙기기도 힘들지? 그래도 술담배는 못끊데? 그러니…이참에 맘 먹고 키를 돌려봐"라며 소설가를 무시하고, 소설가는 "시나 소설이나 어차피 찔레꽃 울타리 안에 있는 건데…"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이씨는 "찔레꽃 기념관이란 곧 문학이 과거의 유물이 돼버렸고 소설가의 설 자리가 없어져버린 시대상황을 가리킨다"면서 "이 시대에 소설가란 벼랑에 핀 찔레꽃과 같은 존재임을 우울하게 증언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또 김영하씨의 단편 '너의 의미'를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아닌 소설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으면서 "남자 영화감독을 짝사랑하는 여자 소설가의 바보스러움은 문학의 시대착오성, 비현실성과 어리석음을 뜻한다"고 분석한다. 여자가 쓴 소설의 주제는 왜 자기 같은 쓰레기 건달을 사랑하는지 당혹스러워하는 남자의 입장인데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바로 영상 대중문화시대에 소설이 처한 한심한 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문화의 진정한 영웅은 헤르만 헤세의 '페터 카멘친트'와 같은 문학이 아니라 장이모가 만든 영화 '영웅'과 같은 디지털 문화"라는 이씨의 결론은 우울하다.
오생근씨가 계간 '동서문학' 겨울호에 발표한 '문학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도 문학의 비관적 조건들을 드러내지만, 그는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의 효용성을 일깨우려 한다. 오씨는 "젊은이들이 사색적이고 관념적인 인간형을 만드는 인쇄매체로부터 멀어져, 생각하기에 앞서 행동부터 하는 '관능형'의 인간을 만드는 영상매체에 몰입하는" 심각한 현실을 우선 예증하면서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진상을 밝힐 인문주의 정신은 자본―과학 복합체의 거대한 무게에 눌려 소수의 불행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평론가 김병익씨의 회의적인 전망에 동의한다.
오씨는 글 제목 '문학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적인 물음과 함께 문학의 의미를 반성하고 문학의 역할을 되짚어보는 방법일 수 있다"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 타자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 영상매체의 허구적 이미지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는 것 등을 문학의 '목적어'로 제시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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