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동물원이 부른 '혜화동'이라는 노래에'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라는 대목이 있습니다.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작사자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지는 못했지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에 뛰놀았던 동네가 있습니다. 집 앞 동네어귀에서 술래잡기 구슬치기 자치기를 하고, 외갓집 앞마당에서는 축구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찾은 그 곳은 너무나도 좁고 작았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시절을 보냈던 그 곳은 지금도 마음속에 넓고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남해여행은 개인적으로 21년만이었습니다. 중학교 수학여행때 처음 찾았죠. 당시 남해대교는 국내 최대의 현수교라는 명성에 힘입어 단체여행객의 필수코스였습니다. 하동에서 대교를 건넌 뒤 모두 내리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대교 옆으로 나있는 인도를 따라 걷는 것이 남해대교 관광의 전부입니다. 당시 웅장한 다리의 위용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리 밑으로 바라본 바다는 또 어찌나 깊고 푸른지.
다시 찾은 남해대교는 그런저런 크기의 평범한 다리에 불과했습니다. 서해대교, 광안대교 등 남해대교보다 몇 배나 큰 다리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단체관광객들은 새로 생긴 창선-삼천포대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1년이라는 세월의 간극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분명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 잊고 지냈던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한 방에 30명을 수용하는 여관에서 녹음기를 틀고 신나게 몸을 흔들어대던 친구들, 단체사진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보기 위해 얼굴을 내밀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던 친구들의 얼굴이 선합니다.
지금은 명성이 바랜 남해대교지만 옛 추억들을 되살리는 타임머신 역할을 했습니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 바로 이런 것이 아닐는지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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