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이 꽁꽁 얼어 붙으면서 부동산 주위를 맴도는 뭉칫돈이 아파트 등 주택에서 토지로 투자처를 옮겨가고 있다.정부의 10·29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투자 안전판'으로 통했던 주택시장은 강남 아파트 미계약 사태, 재건축 가격 폭락에 이어 유망 신도시인 파주 교하지구에서 1순위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에 반해 10·29대책의 규제 망에서 다소 비켜있는 토지 시장은 고속철 중간역 발표, 신행정수도 이전 등의 호재를 발판 삼아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속철역 등 개발 예정지 땅값 '들썩'
고속철 중간역 확정 발표에 신행정수도 유력 후보지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있는 충북 오송은 하루가 다르게 땅 값이 급등하고 있다. 고속철 역사 주변 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당 10만원에도 못 미쳤으나 올해 초 20만원으로 오르더니 이 달 들어서는 평당 50만∼60만원까지 치솟았다. 고속철 중간역과 미군 기지 이전 호재가 겹친 평택의 포승·천북면 일대도 최근 한 두 달 사이 평균 20∼30%가 급등했다.
내달 토지 보상에 들어가는 판교신도시 일대와 아파트 공급이 계획된 용인 주요 지역도 호가 상승이 이어져 용인-판교간 도로 인접 지역은 평당 1,000만∼1,200만원으로 올 초에 비해 2배 가량 올랐다.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가 있는 경기 오산지역도 택지개발예정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일반 주거지역은 올 초에 비해 평균 20% 가량, 상업지역은 30% 가량 상승했다.
궐동지구 내 상업지역의 경우 올 초 평당 500만원 안팎이던 토지가 평당 700만∼750만원까지 올라섰다. 인근 화성 지역도 동탄 신도시 분양 계획이 잇따라 잡히면서 상업지역은 평당 2,000만원, 일반 주거지역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공공택지 입찰, 토지 경매도 후끈
토지는 주택에 비해 규모가 크고 정보 습득은 까다롭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토지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공공택지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가 급등하는 등 곳곳에서 '매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경기 남양주 평내지구에서 이 달초 공급한 단독택지 57필지는 평균 59대 1의 높은 입찰 경쟁률을 보였다. 이중 한 필지는 무려 3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남양주 호평지구에서 최근 공급된 근린생활시설용지 9필지는 평균 6억4,555만원에 입찰에 부쳐졌는데 평균 15억6,825억원에 낙찰돼 243%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대한주택공사가 11일 고양시 풍동지구 내에서 평당 450만원에 분양한 2개 블록의 공동주택용지는 평균 18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토지 경매시장도 달아 올라 10·29 대책 전까지 62.9%에 머물렀던 토지 경매 낙찰가율이 매주 올라 최근에는 낙찰가율이 200%를 웃도는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 부동산 대책이 강남 등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유동 자금이 장기적이지만 안전한 토지 쪽으로 밀려 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신행정수도,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가 있어 당분간 토지가 주택을 대신한 투자 피난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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