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별화 학습 3년 신용산초등校/"학원수업보다 훨씬 재밌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별화 학습 3년 신용산초등校/"학원수업보다 훨씬 재밌어요"

입력
2003.11.26 00:00
0 0

서울 동부이촌동 골목길을 쭉 따라 들어가다 보면 담장 없는 학교가 나온다. 올해 4월 담장을 허물고 주민들에게 학교를 개방한 신용산초등학교는 담장 이외에도 없는 게 2가지가 더 있다. 이 학교 고석완 교장은 "교실마다 칠판은 있지만 분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교과서도 학습의 길라잡이로 사용할 뿐 다른 학습교재를 더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담장과 칠판, 교과서가 없는 3무(無)학교로 알려진 신용산초등학교는 풍부한 학습교재를 이용한 개별화(수준별)학습으로 유명하다.학습교재가 수업도구

24일 '가을의 동물과 식물'이라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신용산초등학교 1학년2반 교실. 30여명의 학생들은 책상 4, 5개를 하나로 붙여 만든 저마다의 모둠에 빙 둘러 앉아 8가지의 과제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강의식 수업을 배제하기 때문에 모든 교실의 책상을 이처럼 모둠으로 배치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식물도감과 동물도감 만들기, 동물들의 종류와 특징 살피기 등 각기 다른 과제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률적인 과제진행 순서는 따로 없고 정해진 시간 내에 과제를 마치기만 하면 된다. 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학습도구는 교실 뒷편과 양 옆 교재함에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학생들은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재도구함에서 필요한 교재를 찾아오기 때문에 다소 산만한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으며 놀거나 장난치는 학생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학원도 많이 다닌다는 이희준(7)군은 "학교 수업이 학원수업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학급담임 김은정 교사는 "자발적인 학습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교사는 학습목표룰 제시한 뒤 최종확인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칠판에는 '단원: 가을의 동물과 식물'이라는 과목명과 8가지의 '학습목표'만 쓰여져 있을 뿐 다른 분필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의 책상에는 교과서 대신 교재함에서 가지고 온 갖가지 학습교재만 가득했다. 교재는 매주 교사가 만든 교육안을 기초로 교사와 학부모들이 상의해 만들고 있다. 정병택 교감은 "교과과정을 재구성해 만든 교재는 3년전 개별화 학습을 시작하면서 축적해 모은 것으로 학교의 소중한 재산"이라고 말했다.

개별화 학습이 강의식 수업의 대안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 2학년 교실에서는 국어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담임교사가 학습목표와 과제를 설명하자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과제를 못 마치면 어떡합니까"라고 질문했다. 담임교사는 수업은 점심시간 끝나고 오후에도 이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과제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학교에는 정형화된 수업시간이 없다. 따라서 수업종도 따로 울리지 않는다.

개별화 학습의 관건은 수준별 학습. 주어진 시간에 기본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는 심화과정의 과제를 제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토론식 수업과 발표식 수업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강의식 수업을 배제하고 개별화 학습을 도입한 뒤로 수업모델을 참관하기 위한 방문객도 줄을 잇고 있다.

이 학교 고 교장은 "개별화 학습을 도입하자 서울 각지의 사립학교로 자녀들을 '유학' 보내던 지역주민들이 아이들을 우리 학교로 전학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개별화 학습은 어떤 지역, 어떤 학교에서도 정착가능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