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영국 런던에서 이라크 전쟁 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 전후 사태와 유럽방위기구 창설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라크전에서 찬성과 반대의 양끝에 섰던 블레어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도 적지않은 의견차를 드러냈다.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의 안보는 유럽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지휘권을 갖는 유럽방위기구를 창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으나, 영국은 "유럽방위기구는 나토 체제를 훼손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미국은 유럽의 방위력 증강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나토가 작전권을 유지해야 하며 독자적인 작전권을 갖는 유럽방위기구 사령부 창설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가 개입할 의사가 없는 위기사태에 EU가 15일 이내 대응할 수 있는 1,500여 명 규모의 소규모 신속대응군 창설 계획에 합의했다"고 발표해 이견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라크 주권이양 문제와 관련, 시라크 대통령은 '내년 6월까지 이라크 주권을 이라크 과도정부에 이양한다'는 미국·영국의 계획에 대해 "올바른 길로 가고 있지만, 시기가 너무 늦고 유엔의 역할이 모호해 여전히 불완전하다"고 비판한 뒤 "늦어도 다음달까지 주권이양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총리는 "EU의 완전한 회원국으로서의 영국과,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에 있는 영국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영국 외교의 두 근간"이라며 "영국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두 가치의 중재자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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