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롤플레잉게임(RPG)의 전성시대다. 한국 게임계는 RPG 장르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니지, 뮤, 라그나로크 등은 모두 RPG를 온라인화한 다중접속롤플레잉게임(MMORPG)이다.RPG 플레이어는 신화와 전설로 만들어진 가상세계에 뛰어들어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삶을 산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은 나와 동등한 존재며, 그들과의 협력과 투쟁, 경제행위를 통해 자신의 힘과 권력을 확대시킨다.
PC용 RPG의 역사는 1980년 당시 19세의 영국 청년 리처드 게리엇(Richard Garriot)이 개발한 '울티마: 첫번째 암흑시대'(Ultima: The First Dark Age)로 시작했다. 저해상도 그래픽과 조악한 음향효과는 요즘 휴대폰 게임보다도 못하지만, 8비트 애플컴퓨터용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정교한 구성이 돋보인다.
울티마에는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RPG의 필수 요소들이 담겨있다. 전사·마법사·성직자·요정 등 다양한 계급과 종족 구성, 며칠밤을 꼬박 새도 못 둘러볼 만큼 방대한 게임 지도, 복잡한 아이템 체계와 체력·마력·경험·전투력의 능력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또 배가 고프면 마을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서리해 먹기도 하고, 말을 훔쳐 타거나 해적들의 배를 빼앗아 타고 다니는 등 현실처럼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다. 민간인을 공격하면 마을의 경비원들에게 쫓기다 감옥에 가기도 한다.
로드러너류의 아케이드 게임이 고작이었던 시대에 울티마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게임의 스토리와 플레이 방법을 설명하는 게임 공략집이 나와 불티나게 팔린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청소년들 사이에는 리차드 게리엇이 영웅으로 떠올라 게임 제작자가 되겠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울티마는 총 9편의 후속작이 나왔고, 이중 4편 '아바타의 모험'(Quest of Avatar)과 5편 '운명의 전사들'(Warriors of Destiny)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울티마라는 명칭은 영국 전설 속의 섬이름 'Ultima Thule'에서 따왔다. 세계의 끝, 혹은 미지의 환상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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