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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추모공연 마련해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 주인공 이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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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추모공연 마련해준 팬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 주인공 이영희씨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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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소녀'는 1973년 김정호의 데뷔곡이자 당대의 히트곡이다. 이 노래의 실제 주인공인 김정호의 부인 이영희(50·사진)씨를 24일 서울 삼청공원에서 만났다. 삼청공원은 김정호가 생전에 가장 즐겨 찾던 곳이다.언론에 노출을 꺼려 왔던 부인 이씨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김정호 사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추모공연(28∼29일·서울 YWCA)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공연기획사가 아닌 팬들의 모금으로 마련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언젠가는 추모공연을 열어야지 하는 것이 살아오면서 늘 마음의 짐이었는데 남편을 잊지 않은 팬들이 직접 나서 이렇게 공연을 마련하니 너무 감사합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이씨의 눈망울엔 금세 이슬이 맺혔다.

추모공연에는 10명의 선후배 포크 가수와 국악인들이 참여한다. 이필원 하남석 이경우 김소연 김의철 이성원 김두수 이원재 등이 김정호의 주옥 같은 히트곡을 들려준다. 명창 김소희의 딸인 소리꾼 김소연은 김정호의 히트곡 '님'을 창으로 부르기로 했다. 특히 하남석은 암울했던 70년대 후반 김정호와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선배가수로 이번 공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정호씨가 세상을 떠난 날 눈이 펑펑 내렸지요. 그렇게 울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삼청공원의 늦가을 분위기에 젖어 버린 이씨의 말에는 김정호의 노래처럼 처연함이 담겨 있다.

1985년 11월29일 서른 셋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김정호가 남긴 노래는 '하얀 나비' '작은 새' 등 50여곡. 결핵과 투병하면서 토해냈던 우리 대중가요 사상 가장 슬픈 노래들이었다. 그의 노래는 학생층만이 선호했던 포크음악을 '온 국민이 공감하도록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로 평론가 황문평씨는 "감히 천재라고 할 만 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부인 이씨는 돌아간 남편의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쌍둥이 딸 아이 중 정선이는 제 앞에서는 절대 아빠 노래를 틀지 않아요. 마음이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86년에는 동료들이 남편의 묘지 앞에 '하얀 나비' 노래비도 세워 주었습니다. 이번 추모공연에는 추모 헌시도 낭독된다고 합니다." 이씨는 김정호의 기일인 28일 공연에는 딸들과 함께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문의 02)3705-6007

/글·사진 최규성기자 ks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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