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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개락"과 "개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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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개락"과 "개갈"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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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누군가로부터 내 소설 '첫사랑'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맹렬하게 궁금해지는 것 한 가지가 있었다. 그 소설 속에 '개락'이라는 강릉말이 나오는데 그걸 과연 어떻게 번역할까 싶은 것이었다.그냥 많다는 말보다 더 많고 많아서 흔전만전 넘치는 그 무엇을 '개락'이라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또 너무 의미가 작다.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집을 나간 아들에게 아버지가 전보를 친다. "야, 시방 여기는 오징어가 개락이다."

그러니 얼른 돌아와 일손을 도우라는, 그러면 애비가 용돈을 주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네 손으로 더 많은 돈을 수중에 넣을 수 있다는, 그 한 마디로 집 나간 아들조차 흥분시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말, 그것이 바로 '개락'인데 그 개락을 영어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오랜 가뭄 끝에 단비 내리듯, 혹은 오랜 결핍 끝에 뜻밖의 물량이 확 풀리는 듯한 그 축제적 분위기의 풍요와 넘침을….

그런 강릉말 '개락'을 영어로 바꾸는 일이야말로 충청도 말로 '개갈이 안 나는 일'인 것이다. 대체 그 번역자는 어떤 재주를 어떻게 발휘할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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