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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즈랜드 탕갈루마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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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끝이 매서워졌다.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작열하는 태양이 다시 그립다. 뜨거움을 찾아간다. 적도를 지나 남반구로. 비키니를 입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호주가 그곳이다. 오페라 하우스와 세련된 도시 아가씨들만 떠올리면 오산이다. 호주는 1%의 인공과 99%의 야생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 99%의 한가운데로 빠져든다.동부 퀸즈랜드주의 대도시 브리즈번에서 뱃길로 75분 거리에 모톤섬이 있다. 거제도 절반 크기의 이 섬은 모래섬이다. 모래로 이루어진 섬으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 한마디로 사막이다. 사막과 바다가 접하는 촉촉한 해안에는 아열대의 식물이 굵게 자랐다. 그래서 바깥에서 보면 모래섬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1%의 공간을 빌어 사람의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탕갈루마(Tangalooma) 야생 돌고래 리조트이다.뜨거운 태양, 야자수의 그늘, 비취빛 바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 탕갈루마에는 다른 열대나 아열대의 리조트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있다.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경쟁력을 가진 것은 바다와 사막을 연계한 레저 프로그램. 바다 한 가운데에서 사막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부터 흥미롭다.

탕갈루마의 가장 큰 자랑은 야생 돌고래. 매일 해가 질 무렵이면 돌고래가 모인다. 섬의 선착장 옆이다. 언제부터인지, 왜인지 알 수 없다. '탕갈루마'는 원주민의 말로 '물고기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매일 8마리의 돌고래가 찾아온다. 선착장에 조명이 켜지면 배를 대는 접안시설은 관중석이 된다.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는 행사가 벌어진다. 생선의 꼬리를 잡고 물 속에 집어넣으면 돌고래가 다가와 슬며시 먹이만 입에 넣는다. 미지의 바다에서 찾아온 야생 돌고래와 눈을 맞출 때의 심정. 심장이 쿵광거린다.

아침이면 돌고래가 모였던 장소의 주인이 바뀐다. 펠리컨과 가마우지이다. 역시 먹이를 준다. 펠리컨은 큰 입을 벌려 던져주는 먹이를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는다. 혹시 흘리는 것이 있으면, '쌕쌔기'처럼 날랜 가마우지의 차지이다.

탕갈루마의 스노클링은 다른 리조트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 리조트 앞바다에 배를 가라앉혀 놓았다. 포경선, 바지선, 준설선 등 10여 척이나 된다. 가라앉은 배들은 바다 생물들의 은신처가 됐다. 인근 바다에서 사는 모든 생물이 모여든다. 밑바닥을 들여다 보면 오색으로 수 놓은 양탄자를 깔아놓는 것 같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사막으로 간다. 첫 교통편은 오토바이다. 일반 오토바이가 아니라 뚱뚱한 바퀴 4개가 달린 4륜 구동이다. 이 곳에서는 '쿼드 바이크'라고 한다. 왼쪽 손잡이에 브레이크, 오른쪽 손잡이에 가속장치가 있다.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조차 타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탄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모래 언덕을 오르내린다. 처음에는 망설였던 사람도 10분만 지나면 모래 위의 레이서가 된다.

두번째 교통편은 4륜구동 버스. 버스를 타고 모래 썰매장으로 향한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모랫길을 달리는 버스는 그냥 버스가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모랫길을 미끄러진다. 숲을 벗어나 사막의 한가운데에 선다. 앞에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버티고 있다. 나무로 된 널빤지를 들고 언덕을 오른다. 높이 약 80m의 언덕 위에서 널빤지에 몸을 얹는다. 물로 다이빙하는 자세이다. 출발하면 눈 앞은 하얀 모래 뿐이다. 마치 꿈결 같은 곳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무척 빠르다. 시속 40㎞까지 속도가 난다. 오르는 데 5분이 걸렸다면 내려가는 데에는 5초도 안 걸린다. 비명을 지르며 내려갔던 사람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올라온다.

조금 호화스러운 프로그램도 있다. 헬리콥터 여행이다. 섬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5분 비행부터 무제한 비행까지 6개의 노선이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아열대의 바다는 색깔부터 다르다. 여행의 추억이 입체적으로 완성된다.

/퀸즈랜드(호주)=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퀸즈랜드 "골드 코스트"

퀸즈랜드는 외국인은 물론 호주 사람들도 여행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세계에서 '서핑 1번지'로 통하는 골드 코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브리즈번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골드 코스트는 높은 빌딩의 대부분이 호텔이나 콘도일 정도로 여행자들의 도시이다.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여행객을 반기는 시설도 많다. 몇 곳만 돌아본다.

씨월드 이름 그대로 바다 생물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이다. 다양한 수족관과 놀이기구가 있다. 이 공원의 가장 큰 자랑은 각종 쇼.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쇼가 끝나면 다른 쇼가 시작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돌고래쇼와 수상스키쇼가 하이라이트. 돌고래쇼는 바다처럼 푸른 인공 풀에서 벌어진다. 10여 마리의 돌고래가 공연을 한다. 점핑은 기본이고 사람 태우고 달리기, 사람 공중으로 들어 던지기 등 고난도의 묘기를 보여준다.

수상스키쇼는 세계 최고의 수준. 공중회전, 맨발 수상스키, 인간 피라미드 스키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묘기를 구경할 수 있다. 골드코스트의 푸른 파도를 하늘에서 구경할 수 있는 헬리콥터 투어도 있다.

드림월드 야생동물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인 캥거루, 코알라와 함께 할 수 있다. 공원 이곳 저곳에서 노니는 캥거루에게 다가가 먹이를 주면 얌전히 받아 먹는다. 코알라는 하루 20시간 이상을 자는 게으름뱅이. 때문에 수십마리의 코알라가 30분 간격으로 교대하며 사람을 맞는다.

드림월드의 자랑은 놀이기구. 특히 110m 높이의 탑을 이용한 '공포의탑'과 '자이로 드롭'이 인기다. 공포의 탑은 우리에게 낯설다.

수평의 레일을 시속 160㎞로 달리다가 90도로 탑에 오르는 궤도차다. 약 7초 동안에 0㎞에서 160㎞의 속도 이동을 경험한다. 비명이 계속 터진다.

비나바라 로지 바다를 떠나 산으로 간다. 골드 코스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비나바라 로지가 있다. 래밍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산악인들의 휴식처이다. 멀리 골드 코스트의 수평선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다.

40여개의 산막이 있다. 겉은 허름한 통나무집이지만 내부는 여느 호텔만큼 깔끔하다. 하룻밤 묵으면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산막에서 각종 산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열대의 나무들과 야생 칠면조 등 공원 내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

골프장 호주는 골프의 천국이다. 특히 퀸즈랜드 지역이 그렇다. 다양한 골프장이 있다. 20호주달러(약 1만7,000원)를 내면 18홀 라운딩을 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도 있다. 가장 비싼 것도 150호주달러를 넘지 않는다.

● 퀸즈랜드 가려면

대한항공이 주 2회(화, 금요일) 브리즈번으로 운항한다. 최근 이쪽으로의 여행객이 부쩍 늘어 좌석이 모자랄 때가 많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모두 오후 8시 50분에 출발하는 밤비행기이다. 9시간 내외의 긴 여행이지만 호주와의 시차가 1시간(호주가 1시간 빠르다)이어서 비행기 안에서 숙면을 취하면 피로감 없이 호주에서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인천 공항에서 호주달러로 미리 환전하는 것이 편하고 경제적이다. 1호주달러는 855원 안팎.

퀸즈랜드는 아열대이지만 햇볕이 어느 곳보다 강렬하다. 학생들의 외출시 목까지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쓰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을 정도다. 남극에 가까워 하늘의 오존층이 엷기 때문이다. 자외선 차단제(선크림)를 반드시 챙기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써야 한다.

호주 여행이 점점 편해지고 있다. 호텔, 테마파크 등 웬만한 시설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탕갈루마 리조트도 마찬가지.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인터넷 홈페이지(www.tangalooma.com)도 한국어 정보를 제공한다.

퀸즈랜드행 여행상품은 다양하게 나와있다. 중대형 여행사는 대부분 취급한다. 호주 내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담당하는 코랠리아 여행사(서울 사무소 02-720-7807) 등이 호주 여행의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다. 호주 퀸즈랜드관광청 서울사무소 (02)399-5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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