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의 연인이자 군사정권시절 '요정정치'의 산실이었던 대원각의 주인 고 김영한(여·사망당시 83세) 씨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증했던 122억원 중 일부를 김씨의 외동딸이 되찾아 다른 곳에 재기증할 예정이다.김씨의 딸인 서모(58)씨는 25일 자신이 KAIST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 심리를 맡은 서울지법 민사합의19부(박찬 부장판사)에 "KAIST로부터 44억원을 돌려받고 KAIST가 운영하는 글로벌장학재단에 이사로 취임한다는 조정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혀왔다. 서씨는 어머니의 150여 억원 재산의 반절(76억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자신이 받은 31억원 외에 나머지 45억원을 돌려줄 것을 KAIST에 요구해왔다. 유류분 제도에 따르면 망인이 다른 곳에 재산을 기증했더라도 직계비속의 경우 전 재산의 절반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서씨의 변호인은 "서씨는 국가교육기관인 KAIST보다는 좀더 소외된 곳에 사용되는 게 어머니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소송을 낸 것"이라고 밝혀 돈을 다른 곳에 재기증할 의사를 내비쳤다. 연인 백석이 지어준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가졌던 김씨는 96년 대원각을 법정(法頂) 스님에게 기증해 길상사를 창건토록 하고, 99년 사망 당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써 달라"며 KAIST에 나머지 재산을 기증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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