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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도 사실은 우리인 것을…"/방현석 12년만에 소설집 "랍스터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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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도 사실은 우리인 것을…"/방현석 12년만에 소설집 "랍스터를…" 출간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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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방현석(42·사진)씨가 12년 만에 두번째 소설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창비 발행)을 냈다. 베트남을 무대로 쓰여진 표제작과 '존재의 형식', 그리고 시대와 신념의 불화를 그린 '겨우살이' '겨울 미포만' 등 묵직한 중편 4편이 묶였다. 방씨는 10년이나 베트남을 '기웃거린' 뒤에야 그곳을 배경으로 삼은 소설을 썼다. 왜 베트남일까. "베트남에 대해서 몰라서는 아니었다. 알 수 없었던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우리들이었다."'존재의 형식'에 그의 고민이 녹아들었다. 베트남에서 현지 작가 반레와 시나리오 번역작업을 함께 하는 주인공 재우의 고민이기도 하다. 운동권이었던 그가 베트남으로 골프여행 온 친구 문태를 만났다. 한때의 동지였지만 변호사가 된 친구와의 마음의 거리가 한없이 멀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지금까지도 운동하는 삶을 진행하는' 창은의 사연도 옛 친구들의 거리를 더욱 벌려놓는다. 이 거리감을 '떰 로옴'이라는 베트남말이 메운다. 반레가 들려준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열어보이는 마음가짐'이라는 뜻이다. 1980년대를 겪었던 그들에게 '다른 사람'이란 그가 있으므로 자신의 존재가 규정되는, 존재의 형식의 필요조건이었다.

표제작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주인공 건석의 과거와 현재는 구분되지 않고 교차된다. 베트남 주재 한국기업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건석의 현재는, 한국인 관리자들과 부딪힌 베트남 노동자 보 반 러이, 팜 반 꾹과의 만남이다. 건석의 과거는 베트남 혼혈아인 형에 대한 상처다. 보 반 러이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게 가족을 몰살당하고 복수하기 위해 해방전쟁에 뛰어들었던 용사라는 것, 동네 친구인 팜 반 꾹도 베트남 재건의 꿈을 갖고 북한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것 등의 인연이 현재의 시간 속에 하나하나 풀려나온다. 건석의 학비를 대면서 공장에서 일하다 경찰의 파업 대응작전 중 죽은 형의 사연도 기억 속에서 살아난다.

이런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처음부터 베트남이 아니고 여기, 우리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문학은 삶"이라고 믿는다는 방씨가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낯선 땅에서 발견한,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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