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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65>헤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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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65>헤딘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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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1월26일 스웨덴의 탐험가 겸 지리학자 스벤 안더스 헤딘이 87세로 작고했다. 오늘날엔 지리학자가 반드시 탐험가를 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리학자들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게으른 지리학자처럼, 남들의 발품을 빌려서 책을 쓰고 싶어한다. 지리학이 워낙 다양한 분과로 잘게 나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세의 가장 뛰어난 지리학자들은, '땅을 그리고 쓰는 사람'이라는 그리스어 어원에 걸맞게, 흔히 그 자신이 탐험가이기도 했다. 30년간 유럽·아프리카·아시아를 누비고 다닌 뒤 '여러 지방의 기사(奇事)와 여러 여로(旅路)의 이적(異蹟)을 목격한 자의 보록(寶錄)'(1356)을 쓴 모로코 출신의 이븐 바투타는 그 두드러진 예다.헤딘은 그런 고전적 유형의 지리학자였다. 웁살라대학과 베를린대학에서 공부한 뒤 그는 자신의 삶 대부분을 여행과 탐험에 바쳤다. 러시아 남부의 카프카스와 페르시아·메소포타미아 등 서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지금의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에 있는 카슈가르와 러시아의 오지를 거쳐 베이징(北京)에 이르렀고, 고비사막과 트랜스히말라야 산맥에도 족적을 남겼다.

헤딘은 이 여정 중에 중앙아시아 타림분지 동부에서 고대 왕국 누란(樓蘭)의 유적을 발굴해 전세계의 지리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누란은 실크로드 서역 남로(南路)에 동서 중계 거점으로 자리잡으며 크게 번성하다가 6세기 이후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 고대 문명이다. 누란 말고도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에는 헤딘의 발걸음이 닿음으로써 정식으로 역사지리 교과서에 오르게 된 항목이 여럿 있다. 중국 내몽고 자치구의 거연유적(居延遺蹟)이나 티베트 남서부의 카일라스산(山)이 그 예다. 헤딘의 끊임없었던 발걸음은 75권의 책에 담겼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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