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 화제가 된 한영애의 뮤직비디오 '외로운 가로등'(사진)이 방송 3사의 자체 심의에 걸려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됐다.'키스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외로운 가로등'이라는 쓸쓸한 트로트를 배경음악으로 골목길 가로등 밑에서 여러 연인들이 키스를 나누는 내용이다. 노랫말과 봉 감독 특유의 영상감각이 어우러져 스산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뮤직비디오에는 강혜정, 류승범, 박노식, 김뢰하 등 유명 배우들이 얼굴을 내민다.
방송사 심의에서 문제가 된 장면은 흡연과 키스 장면. KBS와 SBS는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강혜정이 담배 피우는 장면을 내보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SBS 심의팀 관계자는 "여주인공의 흡연을 제외하면 문제될 부분이 없다"며 "작품성은 괜찮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진한 키스 장면은 MBC와 KBS 심의에 걸렸다. MBC 심의부는 박노식이 개를 눕혀놓고 키스하는 장면 등이 노랫말과 맞아떨어지면서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며 제작사인 뮤직웰에 수정을 요구했고, KBS는 혀를 내밀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MBC 심의부 관계자는 "댄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키스 장면이라면 장난스럽게 볼 수 있지만 진지한 분위기의 노래여서 키스 장면이 퇴폐적으로 보인다"며 "봉 감독 작품이라서 예술적 차원에서 보려고 많이 노력했으나 키스 장면이 선정적이어서 그대로 방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뮤직웰은 이에 대해 수정을 하느니 차라리 방송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뮤직웰 홍보 담당 신호영씨는 "내용 전개상 흡연과 연인들의 키스 장면은 비중이 크다"며 "이를 삭제하면 내용의 80%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뮤직웰은 지상파를 포기하고 사후심의 규정을 따르는 케이블TV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www.musicwell.co.kr)를 통해 한영애의 뮤직비디오를 홍보할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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