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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국제논평]거꾸로 가는 "자주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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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국제논평]거꾸로 가는 "자주국방"

입력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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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지난 2월 출범이후 자주국방 노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부시 행정부 하에 증폭되어온 한미 동맹의 가변성을 감안할 때 자주 국방을 새로운 정책 기조로 설정한 것은 바람직하다.사실 한국의 국방정책은 미국의 전략변화에 의해 일방적으로 좌우되어 왔다. 닉슨 독트린과 1971년 7사단 철수, 1977년 카터의 철군 결정, 그리고 1989년 넌-워너 수정안에 기초한 3단계 감군 계획안 등 미국이 주요 결정을 내릴 때 마다 한국은 엄청난 국내정치적 동요를 겪었고 국방정책 운용에 차질을 가져온바 있다.

이번 부시 행정부의 군사전환 전략 채택과 그에 따른 2사단 재배치 및 주한 미군 재편성 결정 역시 그 파급효과가 크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불안정 요인을 극복하고 자주국방의 기조를 다지기 위해 3단계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그 첫 단계는 중·장기적으로 군 구조 개선 및 전력 증강 계획을 수립하고, 2단계로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전략적 억제 전력을 확보하며, 마지막으로는 자주적 방위 충분성을 갖춘 전력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참여정부는 현재 대미 의존도가 높은 정보·정찰 자산의 조기 확충을 추진하는 동시에 해·공군에 역점을 두는 전략적 억지전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상군은 한국군이, 그리고 해·공군은 미군이 전담한다는 기존의 한미간 역할 분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구조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자주국방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육해공 3군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전력구조 개편은 요원한 실정이다. 전력구조를 단기간에 조정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무시한 채 오히려 지상군의 기득권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자주국방 정책의 기본 구도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다목적 헬기 사업을 들 수 있다. 참여정부는 향후 10년간 전력 증강 사업의 일환으로 2조원의 연구 개발비를 포함, 총 15조8,000억원을 다목적 헬기 사업에 투자키로 했다. 전략적 억지 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한 총 투자비도 4조원에 지나지 않는데, 육군의 전술 전력 사업에 그 4배 가까이를 투자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다목적 헬기가 육군의 기동성을 높이고 미 2사단 재배치에 따른 전술 타격전력의 약화된 부분을 보완하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국내 개발 생산을 통해 연관산업 및 수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북한을 대상으로 한 지상군 위주의 전술 전력에 그렇게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업이 대미 의존도가 높은 전략·정보 자산(SAM-X, E-X, AGIES 등)의 조기 획득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시 된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자주국방을 추진하려는 정책의지가 있다면 지상군 위주의 전력 구조를 과감히 개선, 3군의 균형 발전을 모색하고 새로운 위협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억지 전력의 조기 획득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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