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윤태영 대변인으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 브리핑을 듣고 있던 기자들은 일순간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검찰수사가 끝난 뒤 정부가 새 특검법을 제출하겠다"는 부분이 문제였다. 윤 대변인은 기자들이 "논리·정서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청와대로서는 "헌법상 재의결 절차를 무시하겠다는 한나라당도 있는데, 정부가 특검법을 내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실제 한나라당의 재의 거부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억지에 가까운 무리수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검찰을 포함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검찰수사 결과를 다시 헤집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일까. "검찰수사를 존중해 특검법을 거부한다"면서 "검찰수사가 끝난 뒤에 내 손으로 특검법을 내겠다"는 건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날 특검법을 거부하며 내건 온갖 명분도 검찰수사가 끝나고 나면 퇴색할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있다는 것인지…. 이 때문에 "내가 구린 구석이 있어서 특검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어떻게 해서든 한나라당에 정치공세의 명분을 주고 싶지 않아 궁리해 낸 정치적 꼼수"라는 야당의 해석에 자연 귀를 기울이게 된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정의 원칙을 세워야 하는 대한민국의 최고 리더다.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아니면 야당을 몰아세우기 위해 희한한 발상을 한 것은 결코 '정도(正道)를 걷는 노짱'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니면 전에도 몇 차례 그랬듯이 이번에도 혹 말실수를 한 것일까.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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