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넘게 지지부진 하던 통일동산 개발사업이 본격 시동을 건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와 법흥리 일대 552만8,000㎡(167만2,000평)에 진행되고 있는 통일동산 부지 조성사업이 올해 안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부터 구역별로 개발이 시작될 전망이다. 통일동산은 통일, 문화예술, 체육, 노인복지 등 다양한 가치를 담은 종합공간으로 휴전선 부근의 개발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개발 밑그림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통일동산엔 경기도가 추진하는 '영어마을', 실버타운(Silver Town) 등을 갖춘 망향의 촌, 남북한상품판매시설 등 통일관련시설, 민속촌, 예술인 마을(헤이리 아트밸리),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놀이동산, 숙박시설, 자연 풍광을 그대로 살린 공원과 공원묘지 등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정주형 영어마을은 탄현면 법흥리 7002 일대(7만5,000평)에 967억원을 들여 들어서는데 내년 8월 착공해 2006년 3월 정식 개원한다. 교육연수시설과 문화 스포츠 시설, 기능별·직업별 시뮬레이션 체험학습장 등이 우선 건립된다. 또 민간자본 유치 등을 통해 캠퍼스와 캠퍼스 타운, 관광시설, 한국인 및 외국인 거주단지 등도 조성할 예정.
내년 초 개발 윤곽이 나올 민속촌(6만4,500평)과 휴식시설(16만1,700평)은 민간 기업들이 세계적인 전시 공간과 대규모 놀이동산 등 위락시설로 개발한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와 이주단지, 예술인 마을, 고려역사관, 숙박시설과 주차장 일부, 공원묘지 등은 이미 조성된 상태다.
휴전선에 인접한 통일동산 조성사업이 시작된 것은 6공 시절인 1991년 3월.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1,000만 이산가족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2,918억원을 들여 한국토지공사 파주사업단이 착공했다.
당시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까지 만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부지 조성사업은 문민정부 때 정부 지원이 완전히 끊기는 등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과 외환위기까지 겹쳐 부진을 면치 못했다.
96년 말로 예정된 완공이 세 차례나 미뤄졌고 토지 매각도 지난해 7월 말 매각 대상 토지 103만9,000평 중 60여만평이 팔리는데 그쳤다. 사업 부진은 지금까지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 토공 내에서조차 "수도권 사업 중 유일한 실패작"으로 평가됐다.
이로 인해 일부 개발사업이 취소되고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경기도가 태권도공원 조성을 위해 2002년 1월 매입한 관광휴양 및 연수시설이 영어마을로 바뀐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만남의 광장은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로, 청소년 체육시설 부지는 망향의 촌으로, 서화촌은 예술인 마을로 각각 변경됐다. 지난해엔 숙박시설 난립 때문에 '러브호텔촌'으로 변질된다는 비난도 받았다.
기약 없던 사업이 탄력을 받은 건 부근에 출판단지 등이 조성되고 부동산 경기가 뛴 올해부터. 토공 내에서도 "팔리겠느냐"고 의심하던 민속촌과 휴식시설 부지 22만6,000여 평이 올들어 민간기업에 팔리는 등 땅 주인이 잇따라 나타났다.
한국토지공사 파주사업단 박병헌 개발과장은 "현재 96%의 매각 실적을 기록 중이며 영어마을 공사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각 구역별로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파주=고찬유기자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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