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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노무현, 이인제,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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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노무현, 이인제, 노태우

입력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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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얼마 전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 일이 생겼다.대학 시절에야 학생운동을 열심히 해 경찰서를 자주 출입했지만, 졸업 후 25년 만에 조서를 꾸미고 지문을 찍자 감회가 새로웠다. 현재 교수들의 운동단체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어 여러 집회에 참석하는데, 몇 달 전에 참석해 연대사를 해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촛불행사가 신고하지 않은 불법집회라는 것이었다.

참가하는 모든 집회마다 주최측에 집회신고를 한 집회냐고 물어 보는 것도 민망하지만, 아무튼 주최측에 신고 여부를 물어보자, 법적으로 문화행사는 허가가 필요 없고 비슷한 형식의 촛불행사인 여중생추모 촛불집회도 집회 신고없이 해왔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철역 인도에서 열려 교통방해도 없었던 촛불행사를 갑자기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노무현 정부가 사회운동에 대해 강경대응하여 신공안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노동운동에 이어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부안주민들에 대해 강경대응해 부안은 사실상 계엄령상태로 '제 2의 광주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와 관련, 경찰서를 나오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한 교수가 얼마 전 노동자 자결사태에 관한 토론회에서 지적한 의미심장한 경고였다. 즉 군사독재세력인 노태우 정권이 집권 후 민주화로 분출된 시위 등을 인내하다가 공안정국으로 전환하는 데 14개월이 걸렸는데,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부가 철도파업 공권력 투입을 시작으로 신공안정국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철도와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다가 인내가 한계에 달해 공권력을 투입한 것 같지만, 방향전환에 4개월밖에 안 걸린 것은 노태우 정권에 비해서도 훨씬 못한 것이다. 김영삼 정권과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노 대통령에게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제기했던 보수적인 이인제 의원도 김영삼 정권의 초대 노동부장관을 지낼 때에는 노무현 정부보다 전향적인 노동정책을 폈다. 즉 이 의원이 노동부장관시절 친노동적 자세를 보이다가 현대 파업과 함께 강경노선으로 바뀌는 데 다섯 달이 걸렸다.

물론 현실정치의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이 공안정국으로 전환하는데 14개월이 걸렸으면 소위 문민정부는 20개월, 참여정부는 25개월이 걸려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니, 착잡하기만 하다. 군사정권의 경우 국민들 눈치라도 봤다고 하는데, 민주정부가 "내가 민주정부인데 도전을 해" 하는 식의 오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초강경발언으로 신공안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사방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개악들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를 걱정하는 반대운동에 의해 포기했던 테러방지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새 법안은 김대중 정부안을 오히려 개악한 것으로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조차도 이 같은 견해를 국회에 제출했고,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이의 제정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노무현 정부는 최근 있었던 일부 폭력시위를 핑계로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와 학교주변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한편, 폭력전과가 있는 단체의 경우 집회를 허가하지 않고 복면시위도 금지하는 등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의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특히 신공안정국은 노태우 시절의 공안정국과 달리 노 대통령의 개혁이미지로 인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기만 하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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