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판정을 받은 고교생이 장기를 기증, 6명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주게 됐다.부산 백병원은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세로 입원했다가 19일 뇌사판정을 받은 한모(16·고교 1학년)군의 가족이 장기 기증의사를 밝혀 20일 한군의 심장, 콩팥, 간 등의 장기가 각각 다른 5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고 24일 밝혔다. 또 안구는 각막이식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보관 중이다.
15명의 의사가 투입된 심장이식 수술에서 한군의 심장은 '확정성 심근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김모(57·여)씨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또 콩팥 중 하나는 동아대병원에서 6년째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40대 주부에게, 다른 하나는 부산 백병원의 한 환자에게 각각 옮겨졌다.
간과 췌장은 서울로 긴급 공수돼 삼성의료진의 도움으로 2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부산 백병원 조광현 원장은 "심장 이식 등 장기를 적출하는 데만 8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힘든 수술이었지만 한 어린 고교생과 그 가족의 아름다운 선행이 병마로 생명이 꺼져 가던 여러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또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여러 장기를 동시에 적출 또는 이식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3차례의 뇌사판정위원회를 연 후 가족들이 종교적인 믿음으로 흔쾌히 장기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시장에서 의류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군의 부모는 "널리 알릴 만한 일도 아니고 평소 늘 장기기증에 관한 생각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며 아들의 신상을 밝히기를 극구 꺼려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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