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 강경 대응수순을 밟기 시작했다.24일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再議)를 거부하고 '노 대통령과의 전면투쟁'에 나서겠다는 전날 최병렬 대표의 결심을 추인했다. 투쟁 방법의 실효성과 여론의 뒷받침 여부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다. '섣불리 재의에 응했다가 특검이 무산되면 대선자금 수사에 맞설 유일한 대응수단이 사라져 내년 총선 때까지 무방비 상태로 여권에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원들의 인식이다. 이날 의총이 "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강재섭 의원의 제안을 수용, 10분만에 끝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농성→등원거부→의원직 총사퇴→정권퇴진 투쟁→대통령 탄핵 추진'의 순으로 투쟁강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강경투쟁의 1차 목표는 물론 노 대통령을 압박, 특검법을 수용토록 하는 것이다. 끝내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당초 계획대로 투쟁을 계속하면서 대통령 측근비리와 대선자금에 대한 무차별 폭로전으로 노 대통령을 궁지로 몰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투쟁수단의 현실성과 여론에 대한 설득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마지막 카드로 여기고 있는 대통령 탄핵만 해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탄핵은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인데, 헌법상 대통령 권한으로 돼 있는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지언정 합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또 투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나라당 역시 대선자금 수사대상인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상당하다.
결국 일정기간 투쟁한 뒤 연말연초에 임시국회를 소집해 대통령 측근비리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임시국회조차도 의원들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한 방패용이라는 비난이 뒤따를 수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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